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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9조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따냈지만 시장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가 미국에 투자하는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의 보조금 책정이 일단락된 만큼, 이제 본격화할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68% 떨어진 8만원에 장을 마쳤다. 기관이 매도세를 이끌며 코스피(2.28%)보다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오전 한때는 7만9400원까지 내려갔는데, 장중 8만원을 밑돈 건 지난달 28일 후로 처음이다. 지난달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언급한 이후로 얻은 상승분을 상당 부분 토해낸 것이다.

이는 간밤에 덮친 대외적 악재를 미국 보조금 소식도 상쇄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최대 64억달러(약 8조9천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미국에 4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종합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거론됐던 숫자(60억달러)보다 보조금 액수가 소폭 커졌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과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영향을 발휘한 셈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로 얻을 최대 이점으로는 북미 지역의 고객 확보가 꼽혀왔다. 첨단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포진해 있는 만큼 수주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로 공급망 관리의 중요도가 높아진 데다, 자국산 반도체 사용에 대한 정치적 압박도 커진 상황이다. 미국이 반도체 지식재산권(IP) 강자인 만큼, 현지 연구개발(R&D) 협력에 대한 기대도 높다.

문제는 미국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하는 만큼 수익성이 따라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 정부에서 최대 85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의 성공에 명운을 걸고 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터다. 티에스엠시도 최근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팹(반도체 제조 시설)을 2개에서 3개로 늘리기로 했다.

류영호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주요 고객사의 수주 여부가 확정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는 점이 (시장의 평가 유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티에스엠시(66억달러)와 보조금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기대치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 최첨단 팹을 운영하는 데 따른 리스크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국내에서 2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뒤 곧바로 2026년에 미국에도 이를 도입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종 운영 리스크와 높은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물론 최첨단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반도체 제조 인력은 2000년 28만7천명에서 2017년 18만1천명으로 쪼그라들었다”며 “당분간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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