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하던 초등학생이 타고 갔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인솔교사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곧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강원교사노동조합은 이 사고는 교사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사고라며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2024.4.16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교사노조가 인솔 교사의 무죄를 탄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4월 16일 오전.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강원도 춘천시 춘천지방법원 앞에 모였습니다. 교사들의 손에는 팻말이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지켜왔습니다. 이젠 선생님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학생과 교사가 안전한 교육이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들은 강원교사노동조합 등 교사노동조합 조합원들입니다. 이들이 법원 앞에 선 건 2년 전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고 때문입니다.

2022년 11월,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속초의 한 테미파크로 체험학습을 갔습니다. 그리고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여학생 한 명이 타고 간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검찰은 당시 학생들을 인솔한 교사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첫 재판이 사흘 뒤인 이달 19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교사노조 조합원이 들고 있는 손팻말

이에 강원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교사들에게 무죄를 판결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손민정 강원교사노조 위원장은 먼저 "소중한 아이를 잃은 부모님과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라면서, 해당 사고는 선생님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불의의 사고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대오의 맨 앞에서 아이들을 인솔하던 교사가 대오의 맨 끝에서 일어날 사고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라 그 누구라 할지라도 하기 어려운 일" 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현재 선생님들은 아이와 함께했던 추억이 있는 학교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슬픔을 감히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오롯이 한 개인으로 법정에 서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판결이 앞으로 현장체험학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사가 임무 수행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인솔 교사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리고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교사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수많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학교 밖 현장체험학습은 학교에서는 절대 실시해서는 안 된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교육활동 중 선생님의 명백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아닌 경우, 선생님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해당 교사들의 무죄를 호소하는 동료교사의 탄원서 200여 장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온라인 탄원에는 지금까지 5만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노조는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숨진 학생의 유가족 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재판에서 과실 여부가 가려지길 바란다며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장체험학습 (자료)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사고 위험과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학교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우려와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해에만 해도 경찰청이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이동할 때,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만 사용하도록 했다가, 반발이 확산되자 단속 대신 계도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의 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한 우려도 컸습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사고의 경위와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지에 대해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882 ‘불법 투기’ 폐기물 처리, 결국 세금으로…“국고 803억 원” 랭크뉴스 2024.04.18
14881 의료공백 두 달…기약없는 수술, 막막함이 쌓인다 랭크뉴스 2024.04.18
14880 민주 “법사위·운영위 모두 가져야”…22대 국회 주도권 장악 나서 랭크뉴스 2024.04.18
14879 [단독] 카모 ‘매출 부풀리기’ 의혹 스톡옵션과 연관? 랭크뉴스 2024.04.18
14878 검사실서 사기범 통화 6번 방치…징계받은 ‘이화영 수사’ 지휘자 랭크뉴스 2024.04.18
14877 이승만·박정희를 국립묘지에서 파묘하라 [왜냐면] 랭크뉴스 2024.04.18
14876 檢 "이화영 검찰청 술판? 그때 이미 구치소 돌아갔다" 일지 공개 랭크뉴스 2024.04.18
14875 ‘아워홈’ 장남 퇴출 힘 보탰던 장녀, 이번엔 장남 손잡고 막내 몰아냈다 랭크뉴스 2024.04.18
14874 흉기 공격 가해자 용서한 교회 주교…“너는 내 아들, 사랑한다”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4.18
14873 박지원 "국무총리, 나한테 추천하라면 이재오" 랭크뉴스 2024.04.18
14872 '박영선·양정철 검토'는 비선의 그림자?‥"제2의 최순실 밝혀라" 랭크뉴스 2024.04.18
14871 새 비서실장, 돌고 돌아 장제원?‥후임 총리 등 이르면 내일 발표 랭크뉴스 2024.04.18
14870 "'성심광역시'라고 불릴만하네"…전국서 가장 '빵빵한 매출' 성심당의 비결은 랭크뉴스 2024.04.18
14869 "박영선, 尹부부와 식사도 같이 한 사이"…총리설 나온 이유는 과거 인연·사연들은 바로 이것 랭크뉴스 2024.04.18
14868 일요일 밤중 해고…"사원증 먹통" 월요일 출근 막은 이 회사 랭크뉴스 2024.04.18
14867 학교 내 간호사, 장애 학생 도울 수 있을까···‘공무원 간호사’는 무산 랭크뉴스 2024.04.18
14866 與 수도권, 영남 현실 인식에 폭발... "대선 이길 수 있다는 건 신앙의 영역" 랭크뉴스 2024.04.18
14865 국립대 "의대 정원 50~100% 조정 허용을"…내주 특위서 논의될듯 랭크뉴스 2024.04.18
14864 ‘의대 2000명 증원’ 바뀌나…국립대 총장 “정원 조정 허용해달라” 랭크뉴스 2024.04.18
14863 아워홈 또 경영권 갈등…장남·장녀 손잡고 막내 구지은 부회장 퇴출 랭크뉴스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