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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보고서, 국내 ‘출산 페널티’ 첫 분석
지난 2월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20~30대 여성이 과거보다 고용에서 차별받지 않는 경험이 역설적으로 국내 합계출산율 하락의 약 40%를 차지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청년 여성이 성별만으로 고용에서 겪는 불이익은 줄었지만, 출산 후 겪는 경력단절 확률은 정체된 탓에 상대적으로 ‘출산 페널티’가 커진 탓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부모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10년 이상의 재택·단축근무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발표한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보면, 30대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5년 29%에서 지난해 24%로 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8%에서 9%로 19%포인트나 급감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기준 30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다”며 “커리어 지속에 따른 임금 상승까지 고려하면 평생 소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출산 기피는 여성 개인에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국내 여성들이 자녀 유무에 따라 겪는 출산 페널티를 수치화한 첫 시도다.

30대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28%에서 24%로 4%포인트 낮아진 반면, 무자녀 여성은 33%에서 9%로 24%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KDI 제공

자녀 유무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 격차를 키우는 주요 원인은 일·가정 양립을 고려하지 않는 노동시장 환경이다. 고용에서 성차별은 줄었지만 일과 가정 중 선택을 요구하는 노동시장 구조는 그대로 두다 보니, 무자녀 여성이 남성과 노동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하는 방향으로만 차별 해소가 전개됐다는 얘기다.

경력단절과 비출산 중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은 고스란히 합계출산율에 반영됐다. 연구진은 2013~2019년 합계출산율이 1.19에서 0.92명으로 내려간 것에는 20~30대 여성에 대한 이런 ‘출산 페널티’가 40%가량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20대엔 여성 고용률이 더 높을 정도로 성별 격차가 감소됐지만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은 격차가 확대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 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연구진은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짧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만으로는 이들의 경력단절 확률을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동안 재택·단축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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