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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인 16일 세월호참사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전남 목포 사고해역에 띄워진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배시은 기자


“2학년 1반 고혜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10년 전 오늘 세월호에 몸을 싣고 있었던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차례로 바다 위에 울려 퍼졌다. 한명 한명 이름 석자가 불릴 때마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10년이 지났으면 눈물샘이 마를 법도 한데 유가족들의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바다는 무심했다. 선상의 오열과 몸부림에도 잔잔한 바다는 아무 답이 없었다. ‘세월’이라고 적힌 노란색 부표만 물결을 타고 넘실거렸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 부근에서 열린 선상추모식은 시간을 10년 전 참사 당시 상황으로 돌려놨다. 이날 오전 2시 경기 안산에서 출발한 세월호 유가족 37명은 해양경찰청 3000t급 3015경비함을 타고 3시간 만에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 탓에 시야가 짧았다. 경비함은 노란색 부표 근처를 선회했고 유가족들은 부표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갑판 위에는 분홍 꽃을 가지마다 매단 벚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나뭇가지에는 ‘보고 싶다’ ‘잊지 않을게’ 같은 말을 적은 노란 리본들이 달려 있었다.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선상추모식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묵념에 이어 유가족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씨는 “매년 4월이 되면 돌아오지도, 볼 수도 없는 아이들이 그리워 가슴이 미어진다”며 “봄이면 꽃들이 피어나는데 너희들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부모 마음 속의 꽃 한 송이로 남아있구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들은 아이들과 같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월호에 갇혀있다”며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조속히 해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전남 목포신항 앞에 세월호 선체가 놓여있다. 배시은 기자


“너 보러 여기까지 왔어.” “너무 보고 싶다 꿈에라도 나와주면 안 되겠니.”

유가족들은 햐안 국화 한 송이씩 바다 위로 던졌다. 당장 바닷속으로 뛰어들 듯 몸부림 치는 사람도, 차마 국화를 바다에 던지지 못하고 주저앉은 사람도 있었다. 서로를 얼싸안으며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헌화를 마친 뒤에도 눈물을 흘리며 바다 멀리 흩어지는 국화꽃을 바라봤다.

고 우소영양 아버지 우종희씨(59)는 10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선상추모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우씨는“10년 동안 계속 선상추모식에 왔는데 10년이 지나니 무뎌지는 게 아니라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건강이 많이 나빠져 무릎 수술도 받고 고생을 했다”며 “아픈 모습을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 이호진군 아버지 이용기씨(56) 역시 매년 선상추모식에 왔다. 이씨는 “10년이라는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 같다”며 “지금쯤이면 우리 아이도 사회인일 나이일 텐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잠잠한 바다를 바라보며 넋두리하듯 말했다. “나는 정말 바다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지….”

선상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목포신항에 놓여 있는 세월호 선체로 향했다.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고 정다혜양 어머니 김인숙씨는 “우리 유가족이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 아이들이 잊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저처럼 가족을 잃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목포제일여고 학생 등의 연대 발언과 공연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이종민씨는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정부가 참사를 다루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안전사회 구축 노력을 게을리하면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 새벽 시작된 고단한 일정은 추모문화제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봄 내음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한없이 허허로운 유가족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더 궁금하다면
경향신문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 또 다른 참사들 곁에서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기사들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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