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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큰돌고래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가 돌고래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약을 투여해 쇼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입된 돌고래들은 병이 악화해 결국 폐사했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거제씨월드가 돌고래들이 제대로 살 수 없는 수온에서 이들을 사육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거제씨월드에서 사육하던 큰돌고래 ‘노바’는 지난 2월28일 장염전에 의한 쇼크로 폐사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부검 결과 보고서를 보면 노바의 십이지장과 장간막 림프샘은 충혈돼 괴사했고, 간과 췌장도 유약해진 상태였다.

노바의 부리 끝엔 열상이 확인됐다. 부검에 참여한 고래연구소 연구사와 거제씨월드 수의사는 노바가 “폐사 전 수조 내부 시설을 들이받아” 상처가 생겼다고 적었다. 돌고래들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수조로 돌진하는 습성이 있다. 장 질환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래연구소가 작성한 노바의 부검보고서.


거제씨월드는 노바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쇼에 투입했다. 의무기록지를 보면 노바는 지난해 12월13일 첫 설사 증상을 보여 약을 투약받았다. 이후 노바는 지난 2월20일 다시 장염 증상을 보였고, 거제씨월드는 항생제 1150mg과 위궤양 치료제, 복강 출혈 치료제를 투약했다.

지난 2월23일에도 항생제 550g을 추가 투여할 정도로 노바의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거제씨월드는 노바를 쇼에 세웠다. 다음날 점프 공연을 포함해 세 차례 쇼를 뛴 노바는 자리를 이탈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이후 노바의 상태는 위독해졌다. 25~26일에 걸쳐 각기 다른 6개의 약을 써봤으나, 노바는 결국 28일 폐사했다.

노바의 의무기록지.


노바보다 먼저 폐사한 ‘줄라이’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쇼를 뛰었다. 투입일지를 보면 거제씨월드는 지난 1월 건강검진을 진행한 결과 줄라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쇼에 투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무기록지에도 줄라이는 정맥염과 구토, 설사 증상을 보여왔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거제씨월드는 지난 2월15일 줄라이를 공연장에 투입했다. 줄라이는 열흘 뒤인 25일 폐사했다. 폐사 당시 줄라이는 18살, 노바는 14살이었다.

폐사 이후 해양수산부, 환경부, 경상남도, 국립수산과학원은 합동 조사팀을 꾸려 지난달 4일 거제씨월드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거제씨월드는 돌고래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수온 조절기를 갖추지 않은 채 시설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폐사한 큰돌고래는 남쪽의 따뜻한 바다에서 살고 흰돌고래는 북쪽 추운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거제씨월드는 이들을 같은 수온에서 키웠다. 조사단은 “사육 개체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면역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봤다. 조사단은 또 “개체가 치료 중일 경우 신체에 무리가 가는 교육·훈련·공연 투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고의성이 입증되면 형사처벌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보호법 10조 1항을 보면 동물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돌고래의 건강이 안좋다는 걸 거제씨월드가 알고 있었고, 죽을 것을 알면서 공연을 강행했으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거제씨월드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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