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발언 논란이 연일 커지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수원지검 검사실 앞방에서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뒤 검찰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기 문란”이라고 가세해 대북송금 재판 자체를 뒤흔들면서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이화영 “검찰서 술판”…이재명 “100% 사실” 연이틀 공세
문제의 발언은 지난 4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의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62차 공판에서 나왔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검찰에서 “2019년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뒤 “검찰의 회유·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며 번복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4일 법정에서 “김성태가 어떻게 위협하고 회유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 1313호 검사실 앞방에 ‘창고’라고 써진 세미나실이 있다. 그곳에 저와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 쌍방울 직원들이 와 있었다. (직원들이)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놓고 회덮밥도 있었다. 그곳에서 하얀 종이컵에 소주도 마시며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는 과정이 있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11일이 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하는 데가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이라며 “중범죄이자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다. 다음 날인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볼 때 이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은 ‘황당무계하다’는 말을 할 게 아니고 폐쇄회로(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된다”며 거듭 주장했다.



이화영 자필 옥중노트 ‘술자리’ 없어…검찰 “거짓 주장”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회유·협박 주장은 지난해 7월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모씨가 먼저 제기했다. 이 전 부지사가 같은 달 18일 열린 40차 공판에서 “경기지사 방북 추진을 쌍방울에 부탁하고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자, 백씨는 민주당에 보낸 자필 탄원서 등을 통해 “남편이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도 지난해 12월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한 A4용지 21쪽 분량의 자필 ‘옥중노트’에서 진술 회유 주장을 했다. 그는 “일요일 등 식사를 배달해 먹어야 할 때는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사 들고 오는 것 같았다. 육회비빔밥, 연어 요리를 먹었다” “쌍방울 직원 등과 모여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했다”고 썼다. 다만 옥중노트 어디에도 ‘술을 마셨다’는 대목은 없었다.

검찰은 지난 12일 언론에 밝힌 입장문에서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도 이런 주장(검찰에서 술잔치)을 전혀 하지 않던 이 전 부지사가 재판 종결을 앞둔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일방적 허위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구속된 수용인이 수사 당국 조사나 치료 등을 위해 구치소 밖으로 나갈 땐 반드시 교도관이 동석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며 “검찰 조사에 동석한 교도관을 따돌리고 술을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측도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부정했다. 쌍방울 관계자는 “검찰청은 외부 음식 반입이 아예 금지돼 있고, 내부 매점에서 산 음식을 전달하려고 해도 교도관들이 ‘안 된다’며 막는다”며 “(이 전 부지사의 거짓말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도 “교도관의 엄격한 계호 하에 있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에서 김성태 등 쌍방울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쌍방울 관계자와 당시 조사에 참여한 검찰 수사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서도 허구성이 명확히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피고인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해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악용한 선동 공세라는 비판도 나왔다.



1심 선고 앞두고 ‘술판’ 주장…이재명 기소 막기 용도?
법조계에선 “검찰청사에 술판을 벌였다”는 이 전 부지사의 회유 주장이 6월 7일 1심 선고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어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는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8일 이 전 부지사에 징역 15년 및 벌금 10억원을 구형한 상태다. 대북송금 의혹 관련한 이재명 대표의 추가 기소를 대비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현재 검찰은 이 전 부지사 1심 유죄가 선고된 뒤 이 대표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 등 의혹이 제기돼야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야권에서도 ‘정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이 대표의 기소를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455 여야,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여사 조문···민주주의 의미 되새겨 랭크뉴스 2024.04.18
10454 ‘여배우 남동생=스토커’ 폭로에 공분…“오죽했으면” 랭크뉴스 2024.04.18
10453 이미주, 축구선수 송범근과 열애…대놓고 티 낸 '럽스타그램' 눈길 랭크뉴스 2024.04.18
10452 손자 목숨 앗은 급발진 의심 사고…국내 최초 '재연시험' 한다 랭크뉴스 2024.04.18
10451 의대증원 '돌파구' 마련하나…국립대들 "정원 50% 모집도 허용해달라" 랭크뉴스 2024.04.18
10450 흑백논리 지배하던 한국 사회에 ‘관용’을 일깨우다 랭크뉴스 2024.04.18
10449 한미일 "원·엔화 약세 우려" 한은, '시장 개입' 시사 랭크뉴스 2024.04.18
10448 "저 마약했어요" 경찰서 찾아 횡설수설 자수…유명 래퍼였다 랭크뉴스 2024.04.18
10447 '1호 거부권' 양곡법 다시 본회의로‥민주당 "21대 국회가 처리" 랭크뉴스 2024.04.18
10446 이화영 '검찰청 술판' 했다는 날…檢 "이미 구치소 복귀" 일지 공개 랭크뉴스 2024.04.18
10445 ‘불법 투기’ 폐기물 처리, 결국 세금으로…“국고 803억 원” 랭크뉴스 2024.04.18
10444 의료공백 두 달…기약없는 수술, 막막함이 쌓인다 랭크뉴스 2024.04.18
10443 민주 “법사위·운영위 모두 가져야”…22대 국회 주도권 장악 나서 랭크뉴스 2024.04.18
10442 [단독] 카모 ‘매출 부풀리기’ 의혹 스톡옵션과 연관? 랭크뉴스 2024.04.18
10441 검사실서 사기범 통화 6번 방치…징계받은 ‘이화영 수사’ 지휘자 랭크뉴스 2024.04.18
10440 이승만·박정희를 국립묘지에서 파묘하라 [왜냐면] 랭크뉴스 2024.04.18
10439 檢 "이화영 검찰청 술판? 그때 이미 구치소 돌아갔다" 일지 공개 랭크뉴스 2024.04.18
10438 ‘아워홈’ 장남 퇴출 힘 보탰던 장녀, 이번엔 장남 손잡고 막내 몰아냈다 랭크뉴스 2024.04.18
10437 흉기 공격 가해자 용서한 교회 주교…“너는 내 아들, 사랑한다”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4.18
10436 박지원 "국무총리, 나한테 추천하라면 이재오" 랭크뉴스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