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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KBS뉴스9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전남 119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 최덕하 군의 조난 신고였습니다. 최 군은 탑승객 중에 세월호 조난 사실을 외부에 처음 전한 신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방과 해경 사이에는 신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미비했습니다. 결국, 세월호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해경과 3자 대화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귀중한 6분이 허비됐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위도·경도 묻는 해경…놓친 시간 6분 더 있다 (2014.4.21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2850195

이후 재난 신고 접수와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2016년부터 긴급신고 통합서비스가 전면 시행됐습니다.

20여 개의 안전 관련 신고 전화를 112와 119로 통합하고, 신고접수 시스템을 원터치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겁니다. 여러 기관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건 정보와 위치정보를 다른 기관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습니다.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

■경찰· 산림청이 함께 근무하는 119 상황실..공동대응 체계 갖춰

취재진이 소방 관련 국내 재난 상황을 총괄하는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에 직접 가봤습니다.

상황실에서 먼저 눈에 띈 건 '119 직원'이 아닌 타 기관의 상황실 직원들이었습니다. 4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119 상황실에는 소방청 소속 소방관뿐만 아니라 경찰과 산림청 직원 등 유관기관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백승두 소방청 119 상황실장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실 업무의 특성상 타 기관과의 업무협조를 원활히 하고, 더 빠른 공동 대응을 위해 경찰 등 타 기관 직원들을 파견받아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에 발생하는 재난이 대형화되는 추세도 있고,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공동 대응이라는 부분이 앞으로는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신고상황을 가정해 119 상황실에서 충남지방경찰청으로 공동 대응을 요청해봤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상황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요청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경찰‧소방‧해경 등에 걸려온 긴급신고 전화는 일 평균 98,609건으로, 이 가운데 공동 대응이 이뤄진 신고는 2,400건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긴급신고 통합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신고정보 연계·공유가 가능해지면서 신고 접수에서 출동 지령까지의 신고 처리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경찰, 소방, 해경이 다른 기관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을 경우 현장 출동이 의무화되기도 했습니다.

신고 이관에 걸리는 시간은 2016년 평균 169초에서, 2022년 평균 101초로 68초 단축됐습니다. 경찰과 소방, 해경 등 개별 기관들의 공동 대응 출동은 평균 7분 46초에서 4분 11초로 3분 35초 줄었습니다.

재난안전통신망(PS-LTE) 단말기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개선 등 남은 과제도.."살아있는 시스템 유지해야"

재난 신고 접수와 대응 시스템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과제들도 있습니다.

정부는 재난 현장에 출동한 여러 기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1년 재난안전통신망(PS-LTE)을 구축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전에는 기관별로 서로 다른 통신 방식을 쓰다 보니 기관 간의 정보 공유가 어려워 정확한 재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면서 "해당 무전기를 쓰면 현장에 출동한 관계자들이 서로 음성·영상통화로 대화하고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고 재난안전통신망 도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1월 이태원 참사 당시 1조 5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재난통신망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 됐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이 되니까 모든 사람이 이 채널을 한꺼번에 사용하게 되면서 너무 많은 사람이 접속되니까 여기서 공유해야 하는 정보, 또 이런 정보들이 어떤 식으로 누구한테 전달되는지 이런 것들도 혼선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시스템 자체는 갖춰져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부분들이 미흡했다"면서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하는 실제 훈련을 늘리는 등 시스템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재난 대비는 장비 구축과 매뉴얼 마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확인과 정비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윤완철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명예교수(한국시스템안전학회 고문)은 "재난 대비를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떤 매뉴얼과 장비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고, 그것들을 활용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교수는 "움직인다는 것은 평소 훈련하고, 연습하고, 업데이트되어 있어서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의미"라면서 "그런 시스템이 살아있도록 끊임없이 유지 관리하는 것이 바로 안전의 제도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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