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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첫 공판기일…6~8주 동안 1주 4회 출석
트럼프 “전례 없는 탄압” 배심원 선정 신경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첫 공판기일을 마친 뒤 트럼프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관계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된 형사재판이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법정에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승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은 맨해튼지방검찰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지 1년여 만인 15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그동안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한 법원은 6~8주 동안 이어질 심리를 거쳐 유무죄를 가릴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검찰은 첫날부터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그는 법원에 들어서면서 방송 카메라들 앞에서 자신에 대한 재판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고 “전례 없는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로 “뉴욕 재판이 시작됐다”, “그들이 나를 파괴하려고 한다”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파하면서 기부금 모금 웹페이지를 안내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주장하는 포르노 배우에게 ‘집사’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8천만원)를 주고 입막음을 시킨 뒤 회사 장부에는 법률 비용이라며 조작된 내용을 기재했다는 혐의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이 내린 함구령을 어겼다며 벌금 3천달러를 부과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요구하고,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과의 관계 등 다른 성추문들도 재판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강공을 펼쳤다. 후안 머천 판사는 일부 사례들은 참고를 위해 다룰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사례들은 전언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또 재판을 방해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면 수감될 수도 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첫 절차로, 그 면면이 어떤 성향을 지녔고 어떤 판단을 할지가 유무죄를 가를 수 있는 배심원 12명과 예비 배심원 6명의 선정 작업이 진행됐다. 머천 판사는 앞서 배심원은 “개인적 감정이나 편견을 제쳐두고 증거와 법률에 근거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법정에 나온 96명 중 3분의 1가량으로 배심원단 후보가 추려졌다. 절반 이상이 자신은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스로 빠지겠다고 했고, 다른 9명도 여러 이유로 배심원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양쪽은 재판부와 함께 배심원 최종 선정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친트럼프 또는 반트럼프 집회 참석 여부, 뉴스 소비 습관, 취미까지 42가지를 묻는 설문에 대한 배심원 후보들의 답변 등을 토대로 누구를 넣고 뺄지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에이피(AP)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목을 빼고 배심원 후보들을 쳐다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배심원단 선정은 대체로 운이 중요하다. (재판 결과는) 배심원이 누구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우호적 분위기가 강하다. 그가 “뉴욕 정치 지도자들한테서 나쁜 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2019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옮기기 전까지 36년간 주소지로 삼은 트럼프타워가 있는데도 그렇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맨해튼에서 우호적인 배심원을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6~8주 동안 일주일에 나흘은 법정에 나와야 한다. 그만큼 선거운동 시간을 뺏긴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는 유무죄 판단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유죄가 선고되면 지지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이 꽤 나온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64%가 그의 혐의는 ‘매우 심각’ 또는 ‘다소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3건의 형사사건은 지연 전술 등으로 대선 전 선고가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지만 이 사건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장 확실한 해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선 전 선고를 피하는 것이다. 그는 공판기일이 개시됐는데도 재판 지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머천 판사는 이날 자신의 딸이 민주당 관련 일을 한다는 이유로 변호인단이 제기한 법관 기피 신청을 “입증되지 않는 추측”에 근거한 요구라며 기각했다. 앞서 맨해튼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불공정한 재판이 예상된다며 관할 법원을 바꿔달라는 변호인단 요구는 일단 기각됐지만 항소 법원이 이를 다시 심리할 예정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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