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참사 진실규명 매달렸지만 밝혀진 것 없어" 
기억교실 해설사 활동으로 작은 실천 이어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안산시 민주시민교육원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만난 고 임경빈군 엄마 전인숙씨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만나기 위해 그날의 진실을 꼭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2014년 4월 16일 저녁 차디찬 바다 위에 떠오른 아들 임경빈(당시 고2)군에 대해 얘기하던 어머니 전인숙(51)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경기 안산시 민주시민교육원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전씨를 만났다. 기억교실은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학생 250명, 교사 11명이 쓰던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를 그대로 복원해 마련한 공간이다. 전씨는 2019년 4월부터 5년째 기억교실 안내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 떠난 그 시간에 멈춘 듯 아이들 사진은 앳된 모습이었다. 교실 벽엔 2014년 4월 달력과 학과 일정표 등이 걸려 있었고, 알림판엔 ‘과제=꼭 돌아오기’라고 적힌 글귀도 보였다. 실제로 아들이 공부했던 4반에서 이날 인터뷰에 응한 전씨는 “참사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게,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일도 의미가 커 해설사 일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2021년 정식 개관 이후 8만여 명이 찾았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 안내 해설사 전인숙씨가 이곳을 찾은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종구 기자


기억교실에서 전씨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오해가 풀렸다” “진실이 꼭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눈물 흘려주는 방문객을 만날 때면 고맙고 힘이 나지만 유가족을 향해 날카로운 언행을 내뱉는 방문객도 더러 있다. 그는 “아이 채취가 묻은 소품을 함부로 만지면서 ‘이제 지겹다’고 따지거나, ‘언제까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느냐’며 고개 돌리는 사람을 볼 때면 상처를 후벼 파는 고통을 느끼지만, 끝까지 마음을 돌리려 애쓴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온화한 표정을 짓다가도 참사 원인 규명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단호해졌다. “참사 발생 10년이 지났으나 사고가 왜 일어났고, 구조는 왜 늦어졌는지, 구조 지시는 왜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 공식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매달린 건 사고 발생 6년 뒤인 2020년부터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그해 10월 31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경빈군의 이송 지연 의혹을 제기했다. 맥이 잡혀(산소포화도 69%) 생존 가능성이 있었으나, 현장 헬기로 바로 이송되지 못한 채 배로 4시간 40여 분 걸려 병원에 옮겨져 끝내 사망했다는 결과였다. 눈물을 머금고 아들이 눈을 감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본 전씨는 아들 사진을 품에 안고 그해 11월 청와대로 달려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책임 있는 기관 모두 답을 하지 않았다. 사참위, 검찰 특별수사단 등이 세월호 참사 전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했으나, 침몰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구조 지연 등의 의혹을 산 해경 지휘부 9명도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 알림판에 '과제=꼭 돌아오기'라고 적힌 글귀가 보인다. 이종구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10번째 봄이 찾아왔다.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진 전씨는 지금은 기억교실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작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긴 세월이 흘러 진상규명 의지가 꺾여 좌절할까 하는 두려움에 더욱 힘을 내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아들을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제는 정부가 나서 참사 전후의 진상을 밝힐 때”라고 다시 한 번 힘줘 말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 입구 희생자 추모공간. 이종구 기자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645 브랜드 로고 제거 꼼수…김정은 경호 나선 1억대 SUV 정체 랭크뉴스 2024.04.27
9644 홍준표 “행성이 주제 모르고 항성 이탈하면 우주 미아 될 뿐” 랭크뉴스 2024.04.27
9643 홍준표 “죽치고 뭉개면 끌려나가···전력강화위원장, 정몽규 회장과 같이 나가라” 랭크뉴스 2024.04.27
9642 "마음이 아프다, 이모가" 500만 몰린 뉴진스 신곡 뮤비 반응 보니 랭크뉴스 2024.04.27
9641 국민의힘, 문 전 대통령에 "'평화쇼' 속아줄 국민 없어‥입맛대로 민의 해석하지 말라" 랭크뉴스 2024.04.27
9640 하이브·민희진 싸움에도 ‘대박’···뉴진스 ‘버블 검’ 뮤비 조회수 500만 돌파 랭크뉴스 2024.04.27
9639 일요일도 초여름 날씨…대구 낮 최고 30도, 서울 29도 랭크뉴스 2024.04.27
9638 국내 5대 금융그룹, 1분기 이자이익 12조6000억원…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4.27
9637 與 "판문점회담이 가져온 건 北 도발뿐…文, 아직도 망상하나" 랭크뉴스 2024.04.27
9636 거제 수리조선소 페인트 작업 도중 화재…1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4.27
9635 '대횡령 시대'를 연 바로 그 사건... 오스템 횡령 범죄의 전말 [사건 플러스] 랭크뉴스 2024.04.27
9634 ‘나만의 ETF’라는 다이렉트인덱싱... NH·KB 고전하는데, 도전장 내민 미래에셋 랭크뉴스 2024.04.27
9633 "아기상어~뚜루뚜루"끝나지 않는 인기…英 차트 92주 진입 랭크뉴스 2024.04.27
9632 계단 오르기만 꾸준히 해도 사망 위험 24% 줄인다 랭크뉴스 2024.04.27
9631 고개 숙인 황선홍 감독 "내 책임... 그래도 한국 축구 시스템 바꿔야" 랭크뉴스 2024.04.27
9630 필리핀서 '마르코스, 군에 중국 공격 지시' 딥페이크 확산 랭크뉴스 2024.04.27
9629 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상승세… L당 1708.4원 랭크뉴스 2024.04.27
9628 “금요일엔 일본인만 받아요” 日음식점 ‘입장제한’ 고육책 내놓은 까닭은 랭크뉴스 2024.04.27
9627 빈집 쌓여가는 제주도…아파트 입주율 4년9개월만 최저 왜 랭크뉴스 2024.04.27
9626 美모델도 "정말 섹시"…과시라도 좋아, Z세대 뜨는 '텍스트 힙' [비크닉] 랭크뉴스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