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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북 의성에서 20대 청년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이 청년은 결국 3월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SNS에 유서를 남겼는데, 농촌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KBS 대구방송총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 청년 농부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4-H'는 어떤 단체인지, 농촌 물정에 어두운 청년을 대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은 얼마나 마련돼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농촌 사회의 이면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청년 농부 최 씨. 그가 문제로 지목한 단체는 '한국4-H회'라는 청년 농업인 학습·육성단체입니다.

4-H는 명석한 머리(Head)와 충성스러운 마음(Heart), 부지런한 손(Hands)과 건강한 몸(Health), 이른바 지·덕·노·체를 의미하는데요.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첫 기반이 마련됐으며, 국내에서는 1940~1950년대 본격적으로 조직돼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는 '한국4에이치활동 지원법'도 마련돼 농촌진흥청과 각 자치단체가 예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전국 4-H회에 9억 4천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경상북도는 국비 등을 포함해 2억 7천만 원, 경북 각 시·군은 최소 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대까지 10억 원 넘게 예산 지원했습니다.

법에 근거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청년농 단체다 보니, 숨진 최 씨를 비롯해 농촌 생활과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귀농 청년 상당수가 가입하고 있습니다.

4-H에 가입한 청년 농업인만 전국적으로 1만여 명, 경북에서는 1200여 명에 이릅니다.

4-H 가입 청년
"지원사업 신청할 때, 경력란 적을 때 4-H 회원이란 말을 쓰면 가산점 같은 게 또 있는 게 있단 말이에요. 내가 사업을 많이 따고 싶고, 내가 열의가 있다고 그러면 활동도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런데 이 단체에 대한 정기적인 업무보고나 검사는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읍·면 단위 소규모 4-H회일 수록 보조금이나 회비 사용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H 가입 청년(음성변조)
"회비로 간부들 밥 사 먹는 데 쓴다, 시청에다가 담당 팀장한테 얘기했거든요. 얘기했더니 자치권이 있으니까 저희가 뭐라 할 수 없다고.."

단체 취지와 맞지 않게 지역 정치행사에 동원되는 등 사실상 농촌 이권단체로 전락했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습니다.

4-H 가입 청년(음성변조)
"정치인들하고, 아니면 공무원들하고 친해야 하고. 사업을 받고 이렇게 하려면 그런 부분에서.."

4-H회 측은 본부와 중앙회의 경우 농촌진흥청의 업무감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각 시·군 연합회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보조금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 사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감사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4-H는 지역 봉사 외 정치적인 행사는 참여하지 않으며, 원스톱신고센터 설치 등 투명성을 높일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 축소 방침과 사업 중복 우려 등을 이유로 올해 4-H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다음 편에는 농촌 물정에 어두운 청년 농업인들이 맞닥뜨린 농촌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연관 기사] [청년농부 절망보고서]① 청년 농부의 죽음…“노예처럼 착취” 유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9301

촬영기자 신상응 그래픽 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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