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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치료제 레켐비
1년 약값만 2980만원
2주에 한번 정맥 주사로 18개월 투약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2023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사진 에자이


#.이달 초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서울 강남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투약하는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레켐비는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속 찌꺼기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최초의 항체 치료제다. 미국과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약을 투약하는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서울 강남의 한 자산가가 희귀·필수 의약품 센터를 통해 이 약을 구해서 의뢰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올 들어 센터에 이 약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급증해 내부적으로 ‘레켐비’ 수배령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 희귀·필수 의약품 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레켐비를 구해달라는 치매 환자와 환자 가족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희귀·필수 의약품 센터는 치료제를 구하기 힘든 난치성 질환 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이다. 센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판매되지만, 국내허가를 받지 않은 신약들도 대신 구매해주는 역할을 한다.

치매는 환자의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가 쌓여서 생긴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학설인데, 레켐비는 찌꺼기가 쌓이는 것을 막는 약이다. 이 약은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같은해 9월 일본 후생성에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공적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은 사용 허가 신청 이후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다.

일본 허가와 보험 적용 이후 구매 문의는 늘었지만, 센터에서 약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 희귀·필수 의약품 센터 관계자는 “글로벌 도매상, 에자이 글로벌 본사, 한국 에자이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의 일부 도매상이 약의 유효 기간이 두 달 남은 약을 판매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라고 설명했다.

레켐비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이 약의 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레켐비와 같은 혁신 신약의 경우 특별 공급망을 정해서, 허가를 받고 배포도 하게 된다”라며 “내국인 약을 국외로 빼내는 것에 대해 각국 정부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레켐비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내 치매 환우회 커뮤니티에는 ‘일본에 가면 레켐비를 맞을 수 있다’는 글과 함께 일본에서 레켐비를 처방해 주는 병⋅의원 웹사이트도 공유되고 있다. 도쿄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기준 일본 도쿄에서 레켐비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은 총 24곳이다. 다만 아직 일본에서 투약을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치매 환자가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서 레켐비를 처방 받아 투약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 장수 의료 연구 센터 제공

레켐비를 처방 받으려면 치매 중증도 평가(CDR)와 간이 인지 기능 평가(MMSE), 아밀로이드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인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일본어를 구사할 수준이 되지 않으면 인지검사를 받을 수 없으니 처방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투약 과정도 복잡하다. 레켐비는 2주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1시간 동안 주사를 맞는다. 이렇게 18개월 동안 주사를 맞은 후 차도를 보고 의사가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정맥주사(IV) 형태이기 동네 병원에서는 투약이 불가능하다.

약값도 비싸다. 일본을 기준으로 체중 50㎏인 환자의 경우 연간 약값이 298만엔(약 2980만원)에 이른다. 비싼 약값과 어려운 환경에도 환자들이 레켐비를 구하기 위해 절박하게 문을 두드리는 것은 대체제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자들의 기대와 달리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국내 의료진들은 레켐비가 허가되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걱정이 많다.

약값이 너무나 비싸서, 국민건강보험으로 급여를 감당하기 쉽지 않고,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상태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써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주임과장은 “레켐비는 질환이 어느정도 진행된 치매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제약사와 약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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