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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국화와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목포=연합뉴스


모두가 먹먹해지는 날이 돌아왔다. 오늘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며 304명의 목숨을 앗긴 참사의 10주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지났건만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는 반복되고, 국민적 슬픔과 유가족의 상처도 치유되지 못한 탓이 크다. 추모와 기억에 유효 기간이 있을 수도 없다.

그런데 10년이 지났다고 이제 세월호 피해자는 더 이상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세월호피해자지원법 시행령이 지원 범위를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참사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병과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엔 10년도 부족할 수 있다. 먼저 간 자식에게 모든 게 미안한 부모는 상당 기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잖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트라우마 치료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피해자 의료 지원을 2090년까지 하고, 일본이 1995년 고베 대지진 피해자를 지금도 돕는 건 이런 이유다. 세월호 피해자 의료비를 기계적으로 끊는 건 행정편의주의다. 시행령을 바꿔 계속 지원하는 게 마땅하고,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우리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연대다.

10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잊어선 안 되는 교훈이다.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9명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진 것도 세월호 비극의 교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초대형 재난이 이어졌는데도 그때만 시끄러울 뿐 크게 바뀐 게 없었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밝히고 묻지 못한 대가는 또 다른 참사로 귀결됐다. 탐욕과 잇속만 밝히는 사이 정작 지켜져야 할 원칙과 기본은 망각됐고, 안전불감증은 고질병이 됐다. 그래서 세월호는 지금도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 추모와 기억, 연대와 치유, 참사의 교훈엔 유효 기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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