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경찰청 전경.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기 파주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2명 중 1명이 휴대전화로 ‘자살’ ‘기절’ 등의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블타이와 청테이프를 미리 준비한 행동에 이어 계획 범죄로 해석되는 추가 정황이 나온 것이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남성 2명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한 결과 이 중 한 명인 A씨 전화에서 ‘백초크기절’(주짓수 기술) ‘사람기절’ 등의 검색 기록이 확인됐다. 단어 검색은 숨진 2명의 여성들을 호텔로 불러낸 8일 오전 이뤄졌다. 남성 2명은 이보다 사흘 전인 5일 새벽시간엔 ‘자살’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돈 문제로 자살하려다 구인 모집을 통해 여성을 유인한 뒤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남성 B씨는 자신의 텔레그램 대화창에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도록 ‘여딜(여자딜러), 여서빙 구함’이라는 글을 3차례 올렸다. 숨진 여성 C씨가 두 번째 구인 글에 ‘일하고 싶다’고 응답해 호텔을 방문하기로 했는데도 또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여성도 유인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A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C씨의 지인(남성)에게 “C씨가 일 하다가 실수해서 600만~7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돈을 요구했다. C씨 지인은 경찰 조사에서 “C씨 텔레그램으로 ‘오빠 돈 좀 줘’라는 문자가 왔는데 술자리여서 못 봤다”며 “이후 모르는 번호(A씨 휴대폰)로 부재중 전화가 와 통화해 보니 A씨가 돈을 요구했고, ‘돈이 없다’고 했더니 끊었다”고 진술했다. 이 지인은 “C씨는 평소 ‘오빠’라고 안하는데 다음 날 문자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남성들이 객실에 들어온 여성들을 제압한 후 여성 A씨인척 하고 돈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10시 35분쯤 경기 파주시 야당동의 한 호텔에서 20대 남성 2명이 건물 밖으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남성들이 머물던 객실에서 숨진 여성 2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숨진 여성 중 1명의 가족이 전날 실종신고를 했으며, 이 여성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이 호텔 객실을 찾아오자 남성들이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일보

임명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