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5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역 8번 출구 앞 복권판매점에서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최수진 기자

이모(64)씨는 지난 11일 오전 9시쯤 ‘로또 명당’으로 소문난 서울 영등포역 인근 복권판매점에서 로또 3장을 구매했다. 이씨는 근처 원룸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매달 수급비 70만원을 받는 이씨는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를 쓴 뒤에 남는 20만원 중 5만원을 로또 사는 데 쓰고 있다. 이씨는 “1년 전 건강 문제로 담배를 끊으면서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며 “돌아오는 주말마다 기대감을 주니까 담배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60대가 로또 구매에 나서고 있다. 로또 구매자를 연령대로 분류하면 60대가 가장 많다. 은퇴 뒤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확천금에 기대는 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만난 박모(66)씨는 구직활동의 어려움 때문에 줄을 서서 복권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씨는 “아픈 곳이 많은데 섣불리 일자리를 구했다가 수급 자격이 박탈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명당이니까 당첨만 된다면 로또가 내 노후 대비책이 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에 사는 이창수(67)씨도 “노후에 자식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술값을 아껴 복권을 사고 있다”며 “술은 마시면 사라지지만 복권은 희망이라는 것이 남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해 복권판매액은 6조750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복권 구매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 이상으로 27.4%를 차지했다. 이어 50대가 22.5%였다. 로또 복권 구매의향률도 2021년과 비교해 1년 만에 50대는 17.7%, 60대는 27.4% 증가했다.

고독사 등 사망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대표는 “지난해 사망하신 노인분의 집에서 사과박스 3개에 달할 정도의 복권 용지를 본 적도 있다”며 “‘이번 주에 당첨되면 살고, 안 되면 죽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현장에서 느껴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노인 일자리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천문학적인 확률을 가진 복권에 노인들이 희망을 서는 이유는 정년, 연금, 차별, 안정적 직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결부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바람직한 방향은 정부 제도, 정책을 통해 노후 소득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장기적 노인 일자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929 원-달러 환율 1400원대 막을 카드…‘국민연금’ 등판하나 랭크뉴스 2024.04.17
9928 “밥 먹고 장염 걸려”…9천만 원 뜯은 ‘장염맨’ 구속 랭크뉴스 2024.04.17
9927 "매우 위험" 경제 상황판 띄운 이재명,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민생 드라이브 랭크뉴스 2024.04.17
9926 그냥 먹고 사는데 빠듯해졌다… “점심값이라도 아낍니다” 랭크뉴스 2024.04.17
9925 [단독] 박영선·양정철 떠본 뒤…‘장제원 비서실장’ 유력 검토 랭크뉴스 2024.04.17
9924 45년 만에 법정 오른 10·26 사태···김재규 재심 개시여부 첫 심문 랭크뉴스 2024.04.17
9923 삼성 협력업체 21세 노동자, 백혈병 걸려... "해고에 학업 중단까지" 랭크뉴스 2024.04.17
9922 “결혼까지 약속해놓고”…여자친구 190여 번 찔러 살해범에 ‘징역 23년’ 랭크뉴스 2024.04.17
9921 北, 3년간 4.3조 '사이버 도둑질'…러 기술도 빼내 해외에 팔아 랭크뉴스 2024.04.17
9920 의협 비대위 “해결할 시간 많지 않아…대통령이 결심해야” 랭크뉴스 2024.04.17
9919 [속보]"소화전에도 필로폰 보관" '마약류 투약' 前 야구 국가대표 오재원 구속기소 랭크뉴스 2024.04.17
9918 수천 권 읽은 애서가 손웅정 "손흥민에 독서 강요 안 한다" 이유는? 랭크뉴스 2024.04.17
9917 중국 때리기 본격화?... 바이든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3배 인상 검토" 랭크뉴스 2024.04.17
9916 민주당 “윤 대통령 ‘비공개 사과’ 황당···굿바이 윤석열 정권” 랭크뉴스 2024.04.17
9915 "무좀 치료받으라"는 병원, 제보한 시민 5600만 원 받았다 랭크뉴스 2024.04.17
9914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친구 같은 부모? 그건 직무 유기죠" 랭크뉴스 2024.04.17
9913 바이든, 中철강·알루미늄 관세 25%로 3배 인상 추진(종합) 랭크뉴스 2024.04.17
9912 '의대증원' 입다문 정부…의료계는 대화대신 "증원 백지화" 반복 랭크뉴스 2024.04.17
9911 바이든,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3배 인상 추진 랭크뉴스 2024.04.17
9910 폭행 신고 여러번 했는데…끝내 전 남자친구에게 맞아서 죽었다 랭크뉴스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