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낚싯바늘이 걸린 남방큰돌고래. 다큐제주·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최근 1년 새 제주 연안에서 죽은 어린 남방큰돌고래가 6마리나 목격됐다. 최근 발견된 사례 중에는 입에 낚싯바늘이 걸린 돌고래도 있었다. 돌고래 서식 지역의 환경조사와 더불어 해양 쓰레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큐제주와 제주대 돌고래연구팀은 지난 13일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나타나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폐어구에 걸린 어린 돌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갓 태어난 듯한 돌고래 사체를 큰 돌고래가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2년 전부터 돌고래들을 집중해서 모니터해 온 오승목 감독은 “어린 사체를 들어 올리는 돌고래와 함께 공교롭게도 낚싯바늘이 걸려있는 돌고래 한 마리도 같은 날 발견됐다”며 “왜 이렇게 다치거나 죽은 돌고래가 자주 발견되는지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돌고래 사체를 어미가 들어 올리는 모습은 지난해 3월4일과 5월13일, 8월16일에 이어, 올해는 2월28일과 3월4일, 지난 13일까지 최근 13개월 사이 6차례나 목격됐다.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입에 낚싯바늘이 걸린 채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가 관찰됐다. 다큐제주·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발견된 해역은 돌고래가 자주 목격되는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 해상이다. 이 일대는 양식장들이 집중돼 있고, 수심이 깊어 돌고래의 먹잇감이 많이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낚시객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지역이다.

오 감독은 “보통 돌고래들의 출산이 5~7월 여름철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어린 돌고래 사체를 보면 늦겨울에서 봄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남방큰돌고래가 출몰하는 해역의 바다 환경에 대한 조사와 낚싯줄, 폐어구 등 해양 쓰레기에 대한 처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3일까지 제주 연안에서 6차례에 걸쳐 어린 남방큰돌고래 사체를 들어 올리고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이 관찰됐다. 다큐제주·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앞서 제주 돌고래 긴급 구조단은 지난 8일 폐어구가 몸에 걸린 채 어린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여 긴급 구조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주둥이 부분에 있는 폐어구를 제거하지 못한 상태다. 생후 1년이 안 된 이 돌고래는 지난해 11월1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 처음 발견됐을 당시 주둥이와 지느러미, 꼬리 쪽에 폐어구가 걸려 있었다.

한겨레

허호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