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삼쌍둥이…같이 또 따로 삶 영위하고 작별
로리와 조지 샤펠은 지난 7일 62살의 나이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고령 샴쌍둥이가 6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2일(현지시각) 기네스 세계 기록은 세계 최고령 샴쌍둥이인 조지 샤펠과 로리 샤펠이 지난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자세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61년 9월18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여성 샴쌍둥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몸은 두 개지만, 두개골이 일부 붙어 있어 뇌와 혈관의 약 30%를 공유했다. 이는 샴쌍둥이 가운데 2∼6%에 불과한 희소한 사례에 해당한다.
사진은 2002년 8월8일 40살 당시 쌍둥이 조지(왼쪽)와 로리 샤펠의 모습. AP 연합뉴스
두 사람은 샴쌍둥이였지만 여러 면에서 달랐다. 로리는 특별한 장애가 없었지만 조지는 척추 이분증(척추 일부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척수 일부가 노출된 상태)이 있어 걸을 수 없었다. 이에 조지는 로리가 밀어주는 휠체어형 의자에 앉아 생활했다.
게다가 조지는 컨트리 가수였고 로리는 아마추어 볼링 선수였다. 로리는 병원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독일과 일본 등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는 조지의 일정에 맞춰 자신의 근무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2007년 조지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공개한 뒤 두 사람은 세계 최초로 생물학적으로는 동성이지만 서로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샴쌍둥이로 기록됐다. 그는 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옷차림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나타냈다.
로리와 조지 샤펠은 지난 7일 62살의 나이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기네스 세계 기록 누리집 갈무리
두 사람은 서로의 사생활도 존중했다. 두 사람은 1988년부터 펜실베이니아의 방 2칸짜리 아파트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했다. 서로의 방에서 번갈아 가며 잤고 가능한 한 각자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또 샤워 커튼을 가림막 삼아 한 사람은 욕조 안에서 씻고 다른 한 사람은 욕조 밖에서 씻기도 했다.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각자의 취미도 즐겼다. 로리는 2011년 영국 매체 ‘더 선’에 “내가 데이트를 하러 갈 때 조지는 읽을 책을 갖고 왔다”며 “샴쌍둥이라고 해서 연애를 하고 여자처럼 느끼는 데 방해가 될 이유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고개를 내저었다고 한다. 로리는 1997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고장 난 게 아니기 때문에 고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서 떠날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온전히 자신만의 사생활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30살 이상 살지 못할 것이라던 의료진들의 예상을 모두 뒤엎었다. 두 사람은 2015년 53살의 나이로 사망한 러시아 출신 마샤와 다샤 크리보슬리야포바를 뛰어넘은 세계 최고령 여성 샴쌍둥이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