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통령 리더십 핵심은 설득력
소통은 현대 모든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

그동안 부족했던 야당과 여당
다양한 사람과 만남·대화
그리고 경청이 난국 풀 열쇠

여론에 대한 민감도도 높여야
윤 대통령의 고독한 결정에
많은 게 달려 있다

다시 대통령의 위기다. 4·10 총선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어려움’이라는 말로 이번 총선의 함의를 다 담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국민이 강한 거부 의사를 표출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다. 개헌론자들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꿔야 대통령의 잇따른 실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사람보다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 앞에서 빛을 잃는다. 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국민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대통령직과 너무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그림자를 봤다.

우선, 윤 대통령은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여기지 않았다. 많은 대통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며 야당을 멀리했지만, 윤 대통령은 더했다.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여당 단독으로는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는 대통령이 내놓는 비전의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소통조차 원활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배-명령 관계로 일관했다. 국회 경시가 두드러졌다.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주요 현안도 실현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눈에는 다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이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24회나 열렸던 민생토론회(대통령 업무보고)가 중도층 유권자까지 여당에서 등 돌리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게 그 때문이다. 진보 진영의 포퓰리즘을 비판해 온 대통령이 구체적인 재원이나 실행 계획 없이 수조 원씩 예산이 드는 방안을 매주 쏟아냈다. 대통령실이 국민을, 민심을 너무 모른다는 게 드러났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신현기 가톨릭대 교수는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매 순간마다 패러독스(역설)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쏠린 엄청난 기대에 비해 주어진 권한과 자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법적·제도적 장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런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는 대통령에게 정치적 리더십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 대통령 정치 리더십의 핵심이 설득력이다. 설득력은 ‘소통’이라는 정치 행위로 구체화한다. 대통령은 정책 결정과 추진 시 행정부, 의회,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명령이나 지시만으로 되는 시대는 끝났다. 국정에 참여하는 사람과 집단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설명해 동의를 구하고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라고 특별한 헌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게 아니었다. 그도 공식적 권한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뉴딜(New Deal) 등 많은 업적을 성취했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우선 야당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이는 총리나 다른 장관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다. 여야 관계는 오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또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인 당정 관계는 여야 관계 회복을 위한 첫 단추다. 이 단추가 잘 끼워져야 여야 관계도 풀릴 수 있다. 상호 존중과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중에게 최우선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190석이 넘는 범야권이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원활한 국정 운영을 가로막을 때 국민 여론이 균형추 구실을 할 수 있다. 야당의 과도함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여론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링컨 전기의 저자로 유명한 도리스 컨스 굿윈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에 대한 이해는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능력”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소통을 아우르는 대원칙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널리 의견을 구하되 대통령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듣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청하는 대통령’이 난국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좌우명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에 감명받은 바 있다고 했다. 많은 게 윤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에 달렸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7119 위치는 흑석동인데 아파트명이 ‘서반포 더힐?’...‘꼼수 작명’ 논란 랭크뉴스 2024.04.21
7118 “수업참여 의대생 공개 사과해라”…교육부, 집단행동 강요에 ‘엄정 대응’ 랭크뉴스 2024.04.21
7117 내일 영수회담 실무 협의‥윤 대통령, 한동훈 등 여당에도 오찬 제안 랭크뉴스 2024.04.21
7116 한동훈, 윤 대통령 오찬 ‘거절’…향후 행보 의식한 거리두기? 랭크뉴스 2024.04.21
7115 연금개혁 토론 마무리…“소득대체율 50%로” vs “재정 안정이 우선” 랭크뉴스 2024.04.21
7114 불길 휩싸인 남성 생중계…CNN "살 타는 냄새" 현장 묘사 논란 랭크뉴스 2024.04.21
7113 패널조사로 본 총선 키워드는?‥여당 지지층도 '윤석열 대통령' 랭크뉴스 2024.04.21
7112 '지상전 최강자'의 굴욕…자폭드론 막으려 그물 덮는 탱크들 랭크뉴스 2024.04.21
7111 “수업 들은 의대생, 전 학년 공개사과”… 도 넘은 괴롭힘 랭크뉴스 2024.04.21
7110 中 소비 줄자 명품株도 꺾였다… 관련 ETF도 하락세 랭크뉴스 2024.04.21
7109 한동훈, 윤 대통령 오찬 제안 ‘거절’…향후 정치 의식한 거리두기? 랭크뉴스 2024.04.21
7108 김건희 여사, 4개월 만에 잠행 끝내나 랭크뉴스 2024.04.21
7107 음식 조리 자주 하는 여성, 폐암 위험 8배 높아 랭크뉴스 2024.04.21
7106 김용민, 박영선 총리설에 "당원들 내주기 싫은 정도 인물 아냐" 랭크뉴스 2024.04.21
7105 "출석 시 공개 사과·족보 금지" 의대생 수업거부 강요...첫 수사 의뢰 랭크뉴스 2024.04.21
7104 이스라엘 라파지역 공습…어린이 9명 등 13명 사망 랭크뉴스 2024.04.21
7103 [날씨] 전국 흐리고 곳곳 비…낮 최고 15∼25도 랭크뉴스 2024.04.21
7102 "韓, 주요 10개국 중 인플레 두 번째로 빨리 탈출할 것" 랭크뉴스 2024.04.21
7101 임기 4개월 남은 이재명, 당대표 연임이냐 대선 직행이냐 랭크뉴스 2024.04.21
7100 더 세게 나오는 의료계 “증원 0명”…정부 ‘2천명 후퇴’ 이틀 만에 랭크뉴스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