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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EF도 대거 인수 검토 철회
매립 잔존용량 없는데 몸값만 비싸
해외 PEF만 일부 매물 분석 中

태영그룹의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전이 흥행 실패할 조짐이다. LX인터내셔널과 SK에코플랜트 등 유력 인수 후보로 주목받았던 전략적 투자자(SI)들은 물론,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까지 잇따라 인수 검토 철회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다 매립장, 최대 용량을 보유한 폐기물 매립 1위 사업자지만, 미래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이 외면으로 이어졌다. 에코비트의 폐기물 매립지 잔존용량이 전체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각 측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3조원 몸값만 내세우고 있다.

태영그룹의 태영건설 지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월 부동산PF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자구안으로 에코비트 매각을 내걸었다. 매각 대금으로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경남 창원시 폐기물 매립지 운영 에코비트 그린 창원 전경. /에코비트 제공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국내 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잇따라 인수 추진을 철회하고 나섰다. 이달 초 에코비트 매각 주관사인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매각 개요 티저레터를 발송한 지 10여일 만이다.

특히 환경 분야 투자를 늘려온 SK에코플랜트와 신사업 확장을 추진 중인 LX인터내셔널은 에코비트 인수 검토를 완전히 중단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1월 에코비트 매각이 확정되자 사내 인수 추진팀을 신설해 인수를 타진한 바 있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이 폐기물 매립·수처리 전문기업인 TSK코퍼레이션과 PEF 운용사 KKR이 보유한 산업폐기물 소각 전문 에코솔루션그룹(ESG)이 합병해 출범한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다. 태영그룹과 KKR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했다.

작년 연결 기준 매출 6744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250억원을 기록했다. 태영그룹 알짜 자회사로도 꼽히지만, 지난 1월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으로 에코비트 매각을 내걸면서 매물로 나왔다. KKR도 매각에 합의, 매각 대상은 지분 전량이 됐다.

태영그룹과 KKR이 폐기물 매립 사업 가치를 과대계상, 시장 눈높이를 훌쩍 넘는 몸값을 내세운 점이 시장의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매립, 소각, 수처리 등 전체 사업의 EBITDA에 13배 멀티플을 일괄 적용한 3조원을 희망 매각가로 내세웠다.

시장에선 특히 에코비트의 폐기물 매립 사업 가치를 소각, 수처리 등과 동일하게 책정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정 용량을 꾸준히 처리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소각, 수처리와 달리 매립은 매립장의 정해진 용량 이상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에코비트는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로 꼽히는 것과는 달리 잔존용량 자체는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매립지 허가 기준 1603㎥ 용량을 갖췄지만, 이미 80% 가까이를 채웠다. 현재 남은 매립지 잔존용량은 350㎥로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에코비트 창원 폐기물 최종처분 작업 모습. /에코비트 제공

때문에 LX인터내셔널과 국내 PEF들은 에코비트 인수가로 최대 2조원을 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코비트 EBITDA의 60%를 차지하는 폐기물 매립 사업 가치를 6000억원으로 잡고, 소각, 수처리 등 나머지 사업에 EBITDA 15배 수준의 멀티플을 적용했다.

폐기물 매립 사업 가치 6000억원은 최근 폐기물 매립 업체 제이엔텍 인수를 추진하는 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로의 가치평가가 반영됐다. 제이엔텍과 어펄마캐피탈은 전체 634만㎥ 용량 중 남은 400㎥의 가치로 약 5000억원을 책정·합의했다.

실제 시장에선 매립지 용량 150㎥당 최대 1500억원 가치를 평가한다. 매립지 용량 150㎥로 10년 영업이 가능하고, 연평균 100억~150억원 이익이 난다는 계산에서다. 태영그룹과 KKR이 폐기물 사업 EBITDA 멀티플로 1조8000억원을 내세운 것과 대조된다.

이런 가운데 태영그룹과 KKR은 3조원으로 책정한 희망 매각가를 조정할 여지도 내비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0곳 산업단지에 10억원씩 선투자해 둔 만큼 지속적인 매립지 신규 허가를 획득,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시장의 외면 이유로 꼽힌다. 매립지 인허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신규 매립지 허가는 전체 투자 지역의 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규 허가 이후 추가 설비 투자 비용은 매각가에 반영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태영그룹과 KKR의 에코비트 매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에코비트 매각 주관사인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마저도 국내 폐기물 매립 시장 사정에 밝지 않은 해외 PEF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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