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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넘보는 유가… 환율 1380원까지 ‘쑥’
호르무즈 막히면 최악… 유가 150달러 넘을듯
2%대 물가 물건너가나… 금리 인하 기대 ‘뚝’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대규모 심야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 갈등이 확전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스라엘도 보복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일각에서는 50년만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쟁 위험이 커지자 국제유가가 치솟고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제동이 걸렸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 최근 둔화하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전세계 석유의 6분의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금리 인하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 인하 기대감이 잦아들고 3분기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90달러 넘은 유가, 1380원 찍은 환율… 인플레 압력 ‘쑥’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90.45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 대비 0.71달러(0.8%) 오른 것이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7.67달러까지 오른 뒤 전 거래일보다 0.64달러(0.75%) 오른 배럴당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와 WTI유 모두 장중 기준 작년 10월 이후 약 6개월만에 최고치다.

이란이 1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남은 잔해가 뒹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가 급등은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한 영향이다. 14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이란과의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중동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확전이 현실화된다면 ‘중동산 오일’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도 덩달아 오른다. 1차 오일쇼크(1973~1974년) 당시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4.3%까지 치솟았고, 제2차 오일쇼크(1979~1980년) 시기인 1980년에는 물가가 3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제 1·2차 걸프전(1990~1991년) 때도 물가상승률은 6%를 훌쩍 넘겼다.

더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오른 1382원에 개장한 뒤 오전 9시 19분 기준 1384원까지 올랐다. 1384원은 2022년 11월 8일(1394.6원, 고가기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원화가치는 떨어진다. 강(强)달러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또 다시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유가 흐름에 치명타를 줄 공산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물가 압력이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떨쳐내고 하향 안정돼야 현 물가압력과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유가·환율 급등하면 2%대 물가도 요원… 시장 기대도 위축
물가 급등이 예상되면서 한국은행도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한은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지금 상황은 깜빡이(금리 인하)를 켠 상황은 아니고 자료를 보고 켤까 말까 생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물가에 따라서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총재는 이날 하반기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월별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전망치가 하반기 기준 2.3%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내걸었다. 이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83달러(브렌트유)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추산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가는 이미 90달러를 넘어 100달러를 바라보고 있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할 경우 유가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아직 한은은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2일 금통위 직후 배포된 결정문에서 한은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문구를 ‘충분히’ 유지하겠다는 문구로 바꿨다. 통상 ‘장기간’은 6개월을 의미한다. 이 문구가 빠졌다는 것은 한은이 오는 7~8월에는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그러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조선비즈가 지난 7일 채권시장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분기 인하 가능성을 주장한 전문가는 2명(18%)에 불과했다. 한 달 전 조사에서 11명 중 4명(36%)이 2분기 인하를 예상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2분기 인하 가능성이 4월을 거치면서 희박해졌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90달러 윗쪽에서 오랜기간 머물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다 달라져 한은의 물가 전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도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있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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