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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드론·미사일 300여발 보복 공격
이스라엘 “99% 요격했다” 피해 경미
바이든 “이란 규탄, 보복 지원 안해”
이스라엘 대공 방어체계 아이언돔이 14일(현지시간) 새벽 아슈켈론 상공에서 이란 무장 드론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향해 무장 드론과 미사일 300여발을 발사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이 다시 보복한다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피해가 경미한 데다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대응하면 다음 작전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드론 185기 등 300기 이상 발사… 99% 요격”

이란 국영 TV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수십대의 드론·미사일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IRGC는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의 명령으로 군 총참모부 지도하에 이뤄졌다”며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정권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드론 185기, 지대지미사일 110기, 순항미사일 36기 등 300기가 넘는 공중 무기를 동원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부분은 이란에서, 일부는 이라크·예멘에서 발사됐다”고 전했다. 이란의 대리 세력인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도 이날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했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은 14일 오전 2시쯤 이스라엘 예루살렘, 서안지구, 골란고원 상공에 도달했다. 이스라엘군의 대공 방어체계 아이언돔은 즉각 격추에 나섰다. 아이언돔의 높은 요격 성공률 덕에 이스라엘 영토는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았다. 군기지 1곳이 경미하게 손상됐고, 남부의 아랍 베두인족 공동체의 7세 소녀 1명이 머리에 파편을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군이 99%의 드론·미사일을 요격했다”는 당국자 발언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관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영국도 요격을 지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이란·이라크·시리아·예멘에서 발사된 드론·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적대국으로 돌아선 이스라엘 본토를 45년 만에 처음으로 공격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IRGC 고위 간부를 제거한 지 12일 만에 단행한 보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을 강도 높게 규탄하면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선 “어떤 공세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막아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작전 종료… 이스라엘 재보복 시 강력 대응”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 위기는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양국이 그동안 선전포고 없이 벌여온 ‘그림자 전쟁’이 반세기 만에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14일(현지시간) 엑스에서 “이란의 군사적 행동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외교 시설(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며 “이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정권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면 이란의 대응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것은 이란과 불량 이스라엘 정권 사이의 갈등이다. 미국은 반드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군 최고 지도부는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우리의 작전을 무력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의 작전 목표가 성취됐다”며 “아이언돔 등 시온주의 정권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전이 종료됐다고 본다. 이를 계속할 의도가 없다”며 “시온주의 정권이 우리 영토나 시리아 내 다른 공관에 대응하면 우리의 다음 작전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IRGC의 한 사령관도 “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면 두 배의 전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전했다.

이스라엘이 다시 보복에 나설 경우 거센 반격을 예고하면서도 ‘군사작전 종료’를 강조한 이란 외교관과 군 지도부의 발언은 이번 공격이 불가피한 대응이며 반격하지 않는 한 추가 공격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란은 이번에 발사한 300여기의 공습 무기 중 절반 이상을 드론으로 보내면서 이스라엘에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란의 공격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스라엘과 대응책을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공격이 제한적일 경우 상황을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시키지 말라고 이스라엘 정부를 설득했다. 이란도 이날 공격 전까지 오만을 통해 미국과 물밑 접촉하며 ‘통제된 공격을 단행할 경우 개입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이란은 상호 직접적인 공격을 피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은밀히 공격하거나 핵 과학자를 암살했다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배후를 자처하지 않았다. 이란도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지원하면서도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직접 타격을 꺼렸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거나 미국의 개입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면서 1973년 제4차로 끝난 중동전쟁이 51년 만에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NYT는 이번 공격에 대해 “양국의 오랜 ‘그림자 전쟁’이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재보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동 방어 노력으로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 승리를 가져 가라”고 말하면서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해했다”고 말했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국제사회 규탄 성명…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 정권의 무모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이란은 역내 혼란을 높이려는 의도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맹국들과 함께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란은 전례 없는 결정으로 새로운 수준의 불안정성을 일으켰고 확전 위험을 불러왔다”고 규탄하면서 “이스라엘과의 확고한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란의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공격을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분쟁의) 확대이자 지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담화에서 “이번 공격은 중동 정세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긴장 고조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중동에서는 이집트 외무부가 이란에 우려를 표하면서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중국은 외교부 성명에서 “관련 당사자가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고조를 피해야 한다”며 “국제사회, 특히 영향력 있는 국가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영향력 있는 국가’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4일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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