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조 “출근자 적은 날 기습 설치…집회차단 의도”
회사 “미리 계획된 화단…봄 분위기 조성 차원”
삼성전자가 경기 화성 부품연구동(DSR타워) 로비에 실내 꽃밭을 조성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17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부품연구동(DSR타워)에서 집회를 열고 쟁의 행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해당 장소에 대규모 실내 꽃밭을 조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봄철을 맞아 사업장 분위기 조성을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하지만, 노조원들은 “로비에 대규모 화단이 조성된 전례가 없다”며 “회사가 집회를 막으려고 한다”고 맞서고 있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삼성전자는 전날 부품연구동 로비와 난간 등에 대규모 화분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쪽은 로비 곳곳에 대형 방수포를 깔고 화분과 꽃을 갖다 놓았고, 이 작업은 14일 현재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로비가 내려다보이는 2층 난간에도 화분을 촘촘하게 들여놨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의 정당한 문화공연(집회)을 못 하도록 회사가 화단 설치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출근하는 직원들이 적은 토요일을 틈타 회사가 기습적으로 화단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2층 난간에까지 화분을 빼곡히 갖다 둔 것은 직원들이 2층에서 문화공연을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한 처사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돈을 직원들의 집회를 막는 데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화단 설치는 노조 집회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봄맞이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업장 안에 ‘감성공원’을 설치하기로 한 구상에 따라 화분을 들여놓은 것”이라며 “이는 노조 집회에 앞서 미리 계획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성 부품연구동뿐만 아니라, 평택·기흥 사업장에도 감성공원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경기 화성시 부품연구동(DSR타워) 로비에 실내 꽃밭을 조성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그러나 노조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가 로비에 대규모 화단을 조성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집회 장소를 놓고도 노사가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17일 점심시간(정오~오후 1시) 부품연구동 로비에서 1천명이 모여 준법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회사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개방된 장소에서 집회를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쟁의권을 확보했더라도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가 조합 활동을 위해 회사 시설물을 사용하려면 회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안전사고가 우려됨에 따라 회사는 로비 대신 화성 사업장 내 버스승강장과 대운동장 등을 대안 장소로 제시해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이견으로 회사 쪽과 협상을 벌여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8일 전체 조합원 2만7458명 가운데 74%의 찬성으로 쟁의행위 돌입을 가결한 바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393 [단독] 삼성 'AI칩 1위' 정조준…美 R&D 조직 확대 재편 랭크뉴스 2024.04.18
10392 “영업정지 시킬테니 당장 송금”…소상공인 두 번 울린 ‘장염맨’ 랭크뉴스 2024.04.18
10391 尹, 그린버그 美韓 재계회의 위원장 접견... “우리 기업의 원활한 활동 위해 힘써달라” 랭크뉴스 2024.04.18
10390 총선 끝나자마자…치킨부터 초콜릿까지 먹거리 줄인상 랭크뉴스 2024.04.18
10389 ‘층간소음 항의’ 위층 주민 살해한 50대 징역 20년 선고 랭크뉴스 2024.04.18
10388 "쓰레기 안 치우고 이불 덮나"…與 전대론에 수도권 의원 쓴소리 랭크뉴스 2024.04.18
10387 윤상현 "영남중심당 한계‥당 핵심 폭파시켜야"‥김재섭 "쓰레기 위에 이불 덮는 꼴" 랭크뉴스 2024.04.18
10386 5·18 유공자들, ‘북한군 개입설’ 지만원 상대 또 승소 랭크뉴스 2024.04.18
10385 [단독]자영업자 280여명 수백억 등친 렌탈사기범의 수법 랭크뉴스 2024.04.18
10384 윤상현 “문화대혁명처럼 당 핵심 폭파해야”···국민의힘 총선 참패 첫 자체 분석 랭크뉴스 2024.04.18
10383 이화영 수사 지휘자, 검사실서 ‘사기범 통화 6번 방치’ 징계받았다 랭크뉴스 2024.04.18
10382 이화영측 "오후 5시 이후 술마셔"…출정일지엔 이미 구치소 복귀 랭크뉴스 2024.04.18
10381 엄마는 10년을 노래했다 [더 많은 ‘세월’ 흘러도]③ 랭크뉴스 2024.04.18
10380 의대 가야 하나 고민하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필즈상 허준이 교수 조언은? 랭크뉴스 2024.04.18
10379 선수가 뛰니 다르네…"체납 세금 150억 징수" 강남구의 비결 랭크뉴스 2024.04.18
10378 "한동훈, 황태자 행세하다 폐세자 돼"… 연일 韓 때리는 홍준표, 왜 랭크뉴스 2024.04.18
10377 의대 증원 조정되나…국립대들 "정원 50∼100% 모집 허용해달라" 랭크뉴스 2024.04.18
10376 [마켓뷰] “집 나갔던 외국인이 돌아왔다”… 2% 오르며 2600선 회복한 코스피 랭크뉴스 2024.04.18
10375 이복현 “중동發 3고 위기…각별한 경계감 갖고 신속 대응” 랭크뉴스 2024.04.18
10374 윤 대통령, 홍준표와 인적쇄신 논의…이르면 주말 비서실장 인선 랭크뉴스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