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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제민 논설위원

이란과 이스라엘의 사이가 애초 이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팔레비 왕조(1925∼1979) 때 이란은 이스라엘(그리고 미국)과 우호 관계를 가졌다. 이란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이슬람권 국가로는 튀르키예에 이어 두번째로 인정했다. 이란의 1979년 이슬람 혁명 후에도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다.

양국 관계가 악화된 것은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후 이란이 레바논·예멘·시리아 등에서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를 지원하면서다. 친이란계 무장단체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스라엘은 이란 요인 암살, 핵시설 사이버 공격 등으로 응수했다. 양국 모두 자신이 했다고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기 소행임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두 나라가 ‘그림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분명해졌다.

대리전 혹은 비밀 전쟁을 뜻하는 그림자 전쟁을 진짜 전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면 상호 신뢰는 고갈되고 증오가 커지며 오판에 의해 전면전으로 갈 위험이 커진다. 세상은 중동의 두 강국이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와중에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군 간부들을 사살한 것이다. 이스라엘로선 가자 전쟁의 교착이 이어지며 전략의 부재를 노출한 상황에서 저지른 도발에 가까웠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수백발의 미사일·드론을 날려 공격했다. 이란이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그림자 전쟁에서 그림자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대부분 요격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란의 공격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했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 승리를 가져가라.”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않으려는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재반격에 반대한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계속하면서 하는 훈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세상의 미래는 네타냐후가 그 말을 듣느냐에 달렸다.

이스라엘 아슈켈론 상공에서 14일 새벽 이란에서 날아온 비행 물체가 요격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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