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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 없이 쉽게 접속 가능해 도박 진입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온라인 도박으로 검거된 10대는 37명으로 1년 만에 3배 넘게 늘기도 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어떻게 온라인 도박에 중독됐고, 또 빠져나올 결심을 했을까요?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청소년 도박 중독, '2차 범죄'로 이어져…치유·재활 중요

청소년 도박 중독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 중 하나가 '2차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도박을 하기 위해선 우선 돈이 필요하고 도박 빚을 갚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된 청소년들은 돈을 얻기 위해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집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도박비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138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 사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약 78%로 가장 높았고 공갈과 폭력은 물론이고 강도와 성매매까지 저지른 청소년도 있었습니다.


경찰 신고 자체를 꺼리는 청소년 또래 집단의 특성과 도박 범죄 자체가 암수범죄인 점을 고려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는 몇 배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도박 중독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도박 빚을 메꾸려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느 경우엔 다른 학생들의 돈을 갚지 못해서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청소년들이 용돈으로 변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기게 되면 불법 소액 대출·사채까지 쓰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학교 폭력 사건의 원인을 따지다 보면 도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은 2022년부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연계 프로그램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 계장은 이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저희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폐쇄 요청을 하고 제재를 하면, 곧바로 또 다른 사이트를 운영하고 바로 다른 사람들을 모집하는 체계가 구축돼 있습니다. 공급자들을 다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가 않습니다. 그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거죠. 단속과 동시에 수요자를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도 병행해야 합니다. 예방 활동과 함께 이미 중독된 학생들을 치유해서 다시 또 도박장에 못 가게 하는 방법, 이 두 가지 방법을 반드시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하동진 /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

서울경찰청은 치유원과 MOU를 체결해 지금까지 연계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 중 81%(68명)가 재범 없이 정상 생활 중입니다.

단속만큼 청소년들의 치유와 재활을 통해 범죄의 순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 효과는 있지만 '법적 강제성' 없어…'연락 두절'은 과제

경찰이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들을 연계하는 곳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하 치유원)'입니다.

이곳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14조 제1항'에 근거해 지난 2013년 설립된 도박 치유 관련 유일한 공공기관이기도 합니다.

치유원은 지난해 전국 경찰서로부터 총 152명의 중독 청소년을 인계받았습니다.


치유원에서는 청소년의 도박 문제 수준과 특성에 맞게 개인 상담과 집단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개인 상담은 문제 수준에 따라 상담사와의 협의 하에 12회 이내로 진행하고 센터 여건과 경찰 요구 등에 따라 집단 상담과 프로그램도 1~2회 정도 진행하게 됩니다.

치유원 측은 지난해 기준으로 인계받은 중독 청소년 총 152명 중 124명에 대해선 개인 상담이나 집단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18.4%( 28명)는 경찰이 치유원에 연계했음에도 상담 서비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서비스 제공이 안 된 이유는 '연락 두절'과 '상담 거부' 때문이었습니다.

법원과 검찰청에서 도박 사범에게 '도박문제 수강·이수 명령'을 내릴 경우 법적 강제성을 가집니다.

그러나 경찰 인계는 이와 달리 법적 강제성이 없어 청소년들이 연락이 두절되고 상담을 거부해도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는 겁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중독은 그 특성상 경찰이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가 사이버 수사를 통하거나 학교 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경우에야 가시화됩니다.

그럼에도 경찰이 어렵게 인지해 치유원까지 연계된 청소년 중 일부는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겁니다.

중독 청소년에 대한 경찰 연계에도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경찰 협업 체계 일원화…치유원 숫자도 늘려야

치유원 측은 행정상 어려움으로 전국 경찰청마다 청소년 연계 방식이 제각각이란 점을 꼽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해당 경찰청에서 대상자 거주지 근처 지역센터로 의뢰하는 형식으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중독 청소년이 거주지에서 오가며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거주지 근처 지역센터로 연계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각 시·도경찰청의 지역별 의뢰 방식과 절차가 서로 달라 행정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전국 경찰청과의 협업 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치유원 측은 말합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한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러 들어가는 중독 치유 청년 D 군의 모습

또 치유원은 전국을 통틀어 14곳뿐이라 아직 그 수가 충분치 않습니다.

각 시도별로 겨우 1개꼴로 있는 셈인데 매일 학교에 다니면서 일과시간 외에 상담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중독 치유 청년 D씨도 격주로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치유원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적극 차단하고 단속하는 동시에 이런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 중독 청소년을 치료하고 일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고화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회차
[연관 기사] “왜 이러고 있나 싶었어요”…10대 청소년들의 ‘단도박’ [취재후]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8090

*관련 보도
[연관 기사] ‘온라인 도박’ 빠진 청소년 1년 새 3배…악순환 끊을 대책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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