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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4·10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면서 여권의 권력질서도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냉담한 민심이 확인되면서 당정 관계의 무게추가 여당으로 옮겨가고 있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여권 잠룡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원외의 빅샷이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총선 개표가 끝난 지난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국민의 질책은 준엄했다”며 “초토화된 광야에 한 그루 한 그루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전심진력하겠다”고 적었다. 선거 지휘와 무관했지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견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신의 책임론도 거론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제10회 서울시 한마음 치매극복 걷기행사’에 참석해 치매 환자와 가족,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저희 어머니도 벌써 몇 년째 치매를 앓고 계셔 치매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치매 가족이 어떤 마음고생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24년 서울시 한마음 치매극복 걷기행사에서 치매에 걸린 모친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전부터 당무에 관한 발언을 자제하면서 ‘로키(low-key)’ 행보를 보였던 오 시장은 총선 뒤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서울시장으로서 시정에 집중하며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시장은 총선 직후 연일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여당의 참패가 확정된 지난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역대급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이자”며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모두 신속히 정리하고, 폐허의 대지 위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썼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도 연일 저격하고 있다. 홍 시장은 같은 날 오후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 “(한 전 위원장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셀카 찍으며 대권 놀이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그런 애를 들여다 총선을 총괄 지휘하게 한 국민의힘 집단도 잘못된 집단이다. 깜도 안 되는 것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2일에도 페이스북에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사람 데리고 와서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 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며 “자립·자강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안 하고 새털 같이 가벼운 세론(世論) 따라 셀럽이 된 대한민국 특권층 1% 밑에서 찬양하며 사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고 적었다. 한 전 위원장뿐 아니라 그를 따랐던 국민의힘 인사들도 함께 비판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지난 6일 대구 중구 삼덕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22대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집권 여당을 향해 회초리가 아닌 쇠몽둥이를 들었다”며 “당과 정부는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하고, 내각과 대통령실을 새롭게 구성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위축되지는 말자”며 “저 김태흠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여의도 밖의 여권 중량급 인사가 이처럼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는 건 각자의 스타일과 처한 환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 시장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이겼지만 당원 조사에서 크게 패해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심을 얻지 못해 좌절한 경험이 있는 홍 시장으로선 총선 대패 이후 급변하는 여권의 정치 지형 속에서 존재감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인 서울을 이끌고 있는 오 시장은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보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서울시장은 원래 늘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자리”라며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때문에 대선이 아직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급히 움직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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