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앵커 ▶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생존 학생들 외에도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시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단원고에 남아있던 선생님들과 인근 학교의 학생들도 큰 충격과 고통을 겪었지만,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요.

지금도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남효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단원고 교정이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노란 리본 조형물.

그 옆의 노란 우체통을 열자 고이 접은 편지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 두 개 있다."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남긴 편지들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에 재직중이었던 김덕영 선생님은 지난달 다른 학교로 옮긴 뒤에도 세월호 협동조합과 우체통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김덕영/전 단원고 특수교사]
"내용 읽어보면 숙연해지기도 하고. 이걸 보면 유가족분들이 또 얼마나 힘을 얻으실까."

참사 당일, 특수학급 학생들과 수학여행에 별도로 합류할 예정이었던 김 선생님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참사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덕영/전 단원고 특수교사]
"실시간으로 뉴스에서 배‥ 배 상황을 알게 됐었고. 그래서 복귀를 바로 했죠."

학교로 돌아온 뒤에는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김덕영/전 단원고 특수교사]
"아직도 기억나요. 그때 그 사진의 그 모습들이."

슬픔을 견뎌가며 제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는 일은 큰 고통이었습니다.

[김덕영/전 단원고 특수교사]
"갑자기 어떤 선생님이 이제 너무 힘들어서 나가겠다는 거예요. 단체 대화방을. 전화해도 전화도 안 받고."

그때의 충격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졌지만 심리치료 지원을 받지 못한 김 선생님은 봉사활동을 하며 혼자 감내하고 있습니다.

[김덕영/전 단원고 특수교사]
"1년 지나니까 좀 여유가 생기니까 그때 감정들이 몰려오더라고요. 잠도 잘 못 자서 약도 먹고 그랬어요."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인근의 학교를 다닌 홍주희 씨는 중학교까지 함께 다닌 친구 수십 명을 한꺼번에 떠나보냈습니다.

[홍주희/단원고 희생자 친구]
"장례식장에서 걔 빈소 빠지고 들어온 게 또 제 친구인 거예요. 똑같은 자리 똑같은 호수에. 자리가 많이 없었어서 그때 장례식장. 또 친구고, 친구고."

매일같이 빈소를 찾아가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었습니다.

[홍주희/단원고 희생자 친구]
"부모님들이 울어서 거의 막 이렇게 쓰러져 계시고 그런 분위기들이 되게 낯설고 무섭고."

트라우마 검사 결과는 고위험.

하지만 유족과 생존 학생들 앞에서 차마 아픔을 드러낼 수 없어 학교의 상담 권유도 뿌리친 홍 씨는 이때만 되면 참기 힘든 고통에 시달립니다.

[홍주희/단원고 희생자 친구]
"지금처럼 감정 조절이 잘 안 돼요. 그냥 자려고 누워도 울컥울컥 올라오고."

참사의 아픔을 함께 겪고, 여전히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잊지 않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를."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 영상편집: 안준혁 / 자료조사: 최은지 여승헌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8352 국제앰네스티 “한국 여성인권 더욱 약화”…정부·국회·법원 책임 지적 랭크뉴스 2024.04.24
8351 [단독] '연어회’ 샀다는데…쌍방울 법인카드 결제 내역 없다 랭크뉴스 2024.04.24
8350 강지영 "화나고 눈물나"…경찰서 민원 목격담에 시끌, 무슨일 랭크뉴스 2024.04.24
8349 테슬라, 하이브리드 인기에 EV 판매압박…“결국엔 전기차가 시장 지배할 것” 랭크뉴스 2024.04.24
8348 2월 출생아 역대 최소 1만9362명…사망 2만9977명 랭크뉴스 2024.04.24
8347 하룻밤 56명 죽이고 수류탄 자폭…우순경 사건, 42년 만에 위령제 랭크뉴스 2024.04.24
8346 ‘13조 빚내서 25만원 돈 풀자’면서… ‘삼전·SK 법인세 0원’이라고 정부 비판 나선 野 랭크뉴스 2024.04.24
8345 한강에 '수상호텔·리버버스'‥수상 관광 허브로 랭크뉴스 2024.04.24
8344 '尹의 남자' 강명구 "108석 준 국민께 희망의 메시지 드려야 할 때"[인터뷰] 랭크뉴스 2024.04.24
8343 [속보] 서울대 의대 교수들, 25일부터 병원 떠난다... 비대위부터 '진짜 사직' 랭크뉴스 2024.04.24
8342 처벌 위주의 진상규명을 넘어서 [홍성수 칼럼] 랭크뉴스 2024.04.24
8341 2월 출생아 수 첫 ‘2만명 밑’으로… 2월 기준 역대 최저 랭크뉴스 2024.04.24
8340 무순위 ‘줍줍’ 청약도 양극화 현상... “시세차익 확실한 곳만 몰려” 랭크뉴스 2024.04.24
8339 막내딸이 꾼 '이 꿈' 1만원 주고 산 아빠, 복권 5억 당첨…무슨 꿈이길래 랭크뉴스 2024.04.24
8338 "임신 숨기고 입사한 직원, 40일 만에 출산휴가 쓴다네요" 랭크뉴스 2024.04.24
8337 금값 움직이는 中 단타꾼들…"中 가격결정력 커져" 랭크뉴스 2024.04.24
8336 7000원짜리 물병 10년째 쓰는 日공주…"그녀가 일왕 됐으면" 랭크뉴스 2024.04.24
8335 서울대병원 교수들 30일 일반진료 중단…“의사 정원 다시 추계” 랭크뉴스 2024.04.24
8334 난임 부부들의 ‘절박한’ 텐트 행렬… ‘한의원 오픈런’ 화제 랭크뉴스 2024.04.24
8333 "고척돔 천장 뚫어버리는 줄"‥김도영 괴력 홈런에 '경악' 랭크뉴스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