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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글꼴 ‘아리따’를 소재로 한 전시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를 개최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체(아모레퍼시픽), 더 잠실체(롯데마트), 티몬체(티몬), 야체(야놀자), 을지로체(배달의민족).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 CI(기업이미지, 로고)에서 서체로 확대되면서 전용 글꼴 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과 접점이 많은 유통기업들은 서체를 무료 배포하며 확산되길 노린다. 기업 사칭과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서체 사용을 제한하는 기업들과 대조적이다.



글꼴에 꽂힌 기업들
롯데마트는 자체 개발한 서체 ‘더 잠실체’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달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용산 사옥 1층에서 전용 서체 ‘아리따’의 개발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고 손글씨로 글꼴을 직접 따라 쓸 수 있는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004년 타이포그래피 전문가 안상수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리따 개발 프로젝트는 14년간 돋움(국문), 산스(영문), 흑체(중문) 등의 세부 글꼴을 탄생시켰다. 아리따체는 화장품, 생활용품, 건강식품 등 아모레퍼시픽과 동종 사업을 하지 않는 경우 인쇄나 출판, 영상, 웹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12일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문화 프로젝트 차원에서 추진한 작업”이라며 “그간 기업의 서체는 광고 제목이나 제품 포장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리따 서체는 다양한 용도에 쓰일 수 있도록 완결된 자족(字族)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누에와 누에고치의 모습에서 착안한 글꼴 ‘더 잠실체’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앞서 공개한 행복체, 드림체, 통큰체 등 서체 3종에 이은 네번째 글꼴이다. 더 잠실체는 국문, 영문 외에 롯데의 해외 사업장이 있는 베트남·인도네시아의 언어로도 개발됐다. 서현선 롯데마트 디자인부문장은 “더 잠실체는 MZ세대 직원의 의견을 반영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담은 것이 특징”이라며 “기업이나 개인이 용도와 상관 없이 쓸 수 있도록 범용성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홍보 효과도 쏠쏠
티몬이 개발해 무료 배포하고 있는 티몬체. 사진 티몬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주된 이유는 독창적인 이미지 구축에 있다. 구글, 애플, 던킨 등 글로벌 기업들은 회사를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디자인 요소로 서체에 주목해왔다.

국내 서체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11년 카드업계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던 현대카드다. 이 회사의 전용 글꼴 ‘유앤아이’는 카드뿐 아니라 안내문과 광고, 임직원 명함 등 다양하게 적용돼 현대카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기업들은 고유의 서체를 확산시키며 더 큰 홍보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서체를 통해 쌓이는 친숙한 이미지가 자연스레 제품·서비스에 대한 소비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전용 서체를 사용하도록 해 고객과 기업문화를 공유하고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 배포로 ESG 경영
아모레퍼시픽의 전용 서체 ‘아리따’를 개발한 타이포그래피 전문가 안상수 홍익대 교수. 사진 아모레퍼시픽

서체를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소상공인·중소기업과의 상생 경영 의미가 강조되기를 기업들은 기대한다. 티몬 관계자는 “개인이나 기업이 인터넷에 있는 서체를 잘 모르고 사용했다가 저작권 비용을 물게 되는 문제가 종종 있다”며 “이런 우려를 없애고자 무료 배포한 서체(티몬체)는 자유롭게 수정, 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문화적으로 확대되는 사례로도 본다. 아리따체를 개발한 안상수 디자이너는 “글꼴에는 문화가 깃들어 있다. 한국 문화의 가장 기초이자 근본은 한글이라 생각한다”며 “기업들이 서체 개발을 통해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단단히 하고 더욱 잘 가꿀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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