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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뇌 동맥 일부 풍선·꽈리처럼 부풀어
모양·위치 따라 뇌출혈 위험 커져
격한 운동, 심한 기침 등도 피해야

건강검진에서 뇌동맥류 진단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뇌 동맥의 일부가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는 것이다. 당장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정밀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혈관이 동맥이라면 위험도는 정맥과 차원이 다르다. 뇌동맥류가 압력을 견디다 못해 터지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이고, 이 경우 높은 비율로 사망하거나 신경장애를 겪는다.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임용철 교수는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30~40%는 24시간 이내에 사망하고 나머지 25%는 합병증으로 인해 6개월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며 “생존자 중 약 66%는 어떤 형태로든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을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파열된 뇌동맥류 6.7%는 3㎜ 미만
타이어의 일부가 손상돼 약해지면 그 부분이 내부 공기압을 감당하지 못해 부풀게 되고 그 상태가 지속하면 터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진다. 뇌동맥류도 똑같다. 동맥혈의 강한 압력이 혈관 벽을 압박해 손상하게 되고 이 손상된 부분이 약해져 부푸는 것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외과 장인복 교수는 “뇌동맥의 높은 압력이 혈관 벽을 때리면 이 혈역학적 부담으로 혈관 내 탄력층과 중막에 결손이 생기면서 부푼다”며 “뇌동맥류가 터지면 3분의 1은 사망하고, 3분의 1은 치료 후에도 마비 등 후유증이 남고 3분의 1만 온전히 회복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뇌동맥류가 잘 생기는 경우는 있다. 만성 고혈압, 동맥경화증, 가족력, 흡연, 선천적 동맥벽 결함, 마약 투약 등이 위험 요인이다. 또 나이 들수록 위험이 증가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발생 위험이 더 크다. 위험 요인이 있다면 이를 줄이거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무조건 바로 수술·시술 등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크기·모양·형태·위치 등을 고려해 파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먼저 직경 5㎜ 미만의 동맥류는 파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크기 변화 등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10㎜ 이상부터는 파열 위험도가 높은 큰 동맥류로 간주하고 특히 25㎜ 이상의 거대 동맥류는 파열 위험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다른 위험 요소를 모두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아주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치료한 파열성 뇌동맥류(뇌동맥류가 파열된) 환자 1237명 중 직경 3㎜ 미만의 매우 작은 동맥류는 84명(6.7%), 3~7㎜ 크기의 동맥류는 731명(59.1%), 7~10㎜는 263명(21.3%), 10㎜보다 큰 동맥류는 159명(12.9%)이었다. 임용철 교수는 “80.4%의 환자가 3~10㎜였으며, 더욱이 3㎜보다 작은 동맥류도 파열될 수 있다는 것은 동맥류의 크기와 더불어 다른 여러 요인도 파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모양이 균일한 경우엔 파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눈사람 모양처럼 동맥류 낭에 또 다른 작은 낭이 있는 동맥류, 동그랗지 않고 길쭉한 동맥류는 파열 가능성이 높아 크지 않아도 치료가 필요하다. 또 뇌동맥 갈래 부위에 생긴 동맥류도 파열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인복 교수는 “보통 5~7㎜ 이상이면 치료를 권하는데 오이 모양처럼 길쭉하거나 또 다른 딸주머니를 지닌 동맥류, 전후 교통동맥에 있는 경우엔 파열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조건을 따져 치료 여부와 방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크게 개두술을 통해 동맥류의 목을 금속 클립으로 묶는 ‘외과적 결찰술’, 사타구니 동맥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동맥류 안을 부드러운 백금 코일로 채우는 ‘코일색전술’로 나뉜다. 둘 다 뇌동맥혈이 더는 동맥류를 침범·압박하지 못하게 하는 점은 같지만 결찰술은 재발 가능성이 매우 낮고, 코일색전술은 입원 기간과 회복 시간이 짧다는 각각의 장점이 있다.



발살바 유발하는 모든 활동 주의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도 조심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이 뇌동맥류 파열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데드리프트 및 벤치프레스 등 격한 운동, 격렬한 배변 행위, 심한 기침이나 내시경 시술조차도 경계 대상이다. 임 교수는 “숨을 참고 힘을 쓰는 발살바 동작을 유발하는 모든 활동은 혈압과 두개 내압을 상승시켜 동맥류에 취약한 사람의 경우 파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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