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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명 단원 둔 청주 최대 봉사단체 창단…매년 최소 100건 이상 활동
일정 기획·후원회 관리·현장 봉사까지 팔방미인…"이게 행복할 수 있는 길"


수해 복구 현장서 봉사하는 장병수씨
[장병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살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도우며 사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렇게 사는 게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어요."

청주에서 가장 큰 봉사단체 '메아리 봉사단'을 창단해 16년간 운영하는 장병수(67)씨가 "봉사 활동만 하고 살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멋쩍게 웃으며 한 말이다.

그의 봉사단엔 무려 230명의 후원자와 85명의 단원이 있다. 단원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연과, 환경과. 음식과, 미용과, 복지과에 소속돼 집수리, 물품 기부, 농촌 일손 돕기 등 갖가지 봉사활동을 편다.

다음 달에 잡힌 봉사 일정만 12건. 봉사단은 1년에 못해도 100건 이상의 봉사를 나가는데, 장씨는 대부분의 일정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한다.

수십년간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이 봉사단체를 운영해왔다는 그는 2년 전부터 아들에게 사진관을 맡기고 봉사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짜장면 배식 봉사 후 단체 사진
[장병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씨는 2009년 23년간 몸담아온 의용소방대를 정년퇴직하면서 이 봉사단을 만들었다.

장씨는 "한순간에 봉사할 곳이 사라지니 우울하고 허전했다"며 "봉사의 기쁨이 제 삶을 떠받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때 깨닫고 지인 6명을 불러 모아 활동을 시작했다"고 옛날을 회상했다.

봉사단은 처음엔 사회복지관과 양로원에서 노래 공연 봉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씨의 '봉사 욕심'에 시간이 갈수록 활동 분야가 늘어만 갔다.

"노래 봉사를 하러 가면 머리를 제때 자르지 못해 산발인 어르신들의 모습이 늘 눈에 밟혔어요. 그래서 지인을 통해 미용 봉사를 할 사람들을 구했죠. 어깨 너머로 저도 기술을 배워 미용 봉사를 함께 했어요. 그런데 그 뒤에도 더해드릴 게 없는지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결국 중국집 요리사 지인까지 섭외해 짜장면 배식 봉사도 개시했습니다. 봉사에 필요한 추가 인원은 단원들이 의무적으로 한명씩 더 데리고 오게 해서 채웠어요."

미용 봉사하는 장병수씨
[장병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씨의 봉사단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때는 2017년 후원회를 만들면서다.

이전까지는 기업 후원으로 봉사 활동 비용을 충당했지만, 활동량이 많아지며 어느 순간부터는 감당이 안 됐다고 한다.

장씨는 매달 식사 자리를 마련해 단원들에게 지인을 불러오게 한 뒤 후원회 가입을 독려했고, 그렇게 가입한 회원들과 계절마다 단체 등산을 가거나 수련회를 가지며 유대감을 쌓았다.

봉사단체가 교류의 장이 되면서 회원은 급속히 늘었고 2년 만에 200명을 넘어섰다.

장씨는 "이제는 후원회가 없으면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라 직접 봉사하러 나가는 것만큼이나 후원회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자타공인 이 봉사단의 '팔방미인'이다.

봉사단이 사회복지관 등에 노래 공연 봉사를 갈 때는 음향 기기 설치와 반주기 조작을 맡고, 양로원에 미용 봉사를 하러 갈 때는 미용사 단원들을 일일이 집까지 찾아가 실어 나른다.

이밖에 후원금 결산 내역 작성 등 서류 업무부터 봉사 일정 기획까지 어느 것 하나 장씨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짜장면 배식 봉사하는 장병수씨
[장병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 현장에서는 단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장씨는 "노래 공연, 집수리, 반찬 만들기, 농촌 일손 돕기 등 안 해본 봉사가 없다"면서 "집 창고엔 공연 음향기기, 호미, 도배장판 자재 등이 가득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장씨는 이외에도 사진관을 운영해온 특기를 살려 혼자 스튜디오 장비를 싸 들고 요양원을 찾아가 영정사진 촬영 봉사를 별도로 하고 있다.

그는 이런 공헌을 인정받아 지자체 등에서 7개의 상장을 받았다.

단원들에게도 그 역할을 인정받아 2년마다 치르는 단장 선거에서 매번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영정사진 촬영 봉사하는 장병수씨
[장병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씨는 "잠들기 전에는 봉사 스케줄을 계획하고, 일어나서는 참여 인원과 장비를 점검하는 일이 일상"이라며 "봉사는 제 삶이나 마찬가지"라고 활짝 웃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2018년 130건의 봉사단 봉사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목표"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사는 막상 할 때는 힘들어도 언제나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온다"며 "많은 분이 이 소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봉사단을 잘 가꿔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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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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