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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상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구 10만명당 2~4명에서 발생···중증 합병증 위험도
디스크탈출 등 척추질환과 증상 유사해 오해하기 쉬워
예방법 없어 조기발견 최선···완치율 높고 재발률 낮아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척수는 우리 몸의 척추관 내에 위치하는 중추신경이다. 뇌와 연결되어 있으며 감각, 운동, 자율신경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척수종양은 척수 실질 내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뜻하는 용어다. 광범위하게는 척수 뿐 아니라 척추관 내에 존재하는 척수경막, 척수신경근, 척수끝의 신경근 다발인 마미 등에 종양이 발생해 신경조직을 압박하거나 침범하는 경우를 일괄 척수종양이라고 부른다.

척수종양은 뇌를 포함한 전체 중추신경계 종양의 약 10~15% 정도를 차지한다. 원발성 척수종양 기준으로 한 해에 인구 10만 명당 2~4명 정도 발생 빈도를 보인다. 발생 부위에 따라 척수 내에서 발생하는 수내종양과 척수 밖에서 발생하는 수외종양으로 나뉘는데 연령별로는 40~60대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척수종양 중 흔한 유형은 신경초종, 수막종이다. 대부분 양성이고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제거하면 신경손상 없이 완치될 수 있다.

척수종양은 아직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화학물질 노출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다른 신체 부위의 암이 척수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다. 유전자도 척수종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2형 신경섬유종증, 폰 히펠-린다우병 등의 유전성 질환이 있으면 발병률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이런진단을 받은 환자는 물론 가족도 주의가 필요하다.

50세 척수종양 환자에게 척추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측면(왼쪽)과 단면(가운데) 사진에서 제1 요추 부위 척추관 내에 1.6x1.8㎝ 크기의 경막내 수외종양이 관찰된다. 수술 후 측면 사진(오른쪽)을 보면 척추관 내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척수종양은 발생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수외종양의 일종인 경막내 수외종양은 척수와 신경근이 눌리거나 혈관이 폐쇄되면서 요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허리 뿐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로 방사되는 게 특징이다. 초기에는 통증, 감각이상 또는 저하, 근력위약, 근육위축 등이 나타나고 점진적으로 척수가 압박을 받으면서 강직성 마비, 병소 부위 아래의 감각저하 및 반사 항진이 나타난다. 압박이 심해져 척수가 손상되면 하지 또는 사지마비까지도 초래될 수 있다. 수내종양은 통증이 드문 대신 통각과 온도감각이 소실되고 촉감은 정상대로 유지되는 해리성 지각이상, 심한 배변장애가 나타난다. 수외종양에 비해 강직은 드물지만 근육의 위축이 흔하다. 경수상부가 침범되면 강직성 사지마비와 감각 변화도 나타나게 된다.

척수종양 환자들은 디스크 탈출, 척추관협착증 등 일반적인 척추질환과 유사하게 목, 허리의 통증이나 팔, 다리로 뻗치는 국소적인 신경근 방사통증 및 마비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반적인 척추질환은 목이나 허리를 움직일 때 통증이 더 심해지고 척수종양은 신체 움직임과 무관하게 통증이 나타나며 밤에 휴식할 때 오히려 심해지기도 한다는 차이가 있다.

만약 요통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활동과 무관하게 통증이 나타나거나 밤에 더 심한 경우, 암환자에게 전에 없던 요통이 발생한 경우에는 증상의 원인이 척수종양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팔, 다리의 감각이나 근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거나 장 또는 방광 기능의 변화로 배변활동에 지장이 생겼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다.

척수종양의 치료법은 수술·방사선요법·약물요법 등으로 다른 암과 유사하다. 원발성 척수종양은 수술적 제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종양이 불안전하게 제거됐거나 수술 후 척수를 압박하는 종양의 경우 방사선치료를 진행한다. 조기에 수술하면 척수나 신경근의 압박증세가 후유증 없이 사라질 뿐 아니라 완전한 기능 회복도 가능하다. 수술 전후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해 척수압박 부위의 부종을 가라 앉혀주면 신경학적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수술 전 증상이 경미하거나 증상이 발생한 지 얼마 안되는 경우 회복이 빠르다.

수막종, 신경초종 등은 예후가 좋은 유형에 속한다. 반면 증상이 발생한 지 오래 되어 척수압박이 심하거나 혈액공급의 차단으로 인한 척수 괴사가 나타나면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다. 제 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운동 또는 감각소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장 및 방광 기능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영구적 마비, 기능장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원발성 척수종양은 발생 원인을 모르므로 예방 자체가 어렵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게 최선이다. 척수종양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기만 하면 완치율이 높고 재발률이 낮다. 6주 이상 요통이 지속되고 신체 부위에 감각이상, 저린 느낌, 근육이 약화된 느낌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길 권한다.

김은상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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