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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 與 3040 낙선 후보 4명 인터뷰]
"피라미가 아무리 물질해도 '고래 몸짓'에 끝"
"'후보 좋아도 2번은 못 뽑겠다' 말에 벽 절감"
"정부의 처절한 변화와 혁신 노력 수반돼야"
향후 수습 국면의 핵심도 '당정관계 재정립'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저 같은 피라미나 한동훈 위원장이 아무리 물질을 해도, 고래가 한 번 '훅' 해버리면 어떻게 바꿀 수가 없더라고요."

4·10 총선에서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박은식(39) 국민의힘 후보는 선거과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광주가 보수 정당의 험지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돌려받는 '득표율 10%'를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종 득표율은 8.62%. 역대 동남을에 출마한 보수 정당 후보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낙선을 예상 못 한 건 아니나 아쉬움이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고래(윤석열 대통령)의 몸짓'이 만든 부정적 표심의 물결이 선거를 집어삼키면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12일 인터뷰한 4명의 '3040 국민의힘 낙선자'들은 여당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이처럼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꼽았다. 수도권 격전지와 험지에 나선 청년 후보들이 몸부림쳐도 '정권 심판'의 벽은 높았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여론의 지지를 받다가 악재로 바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이슈는 후보자들에게 결국 악몽이 됐다.

'구도'가 선거를 지배하면서 후보들은 초라해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앞서 4일 본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긍정·부정 평가 차이가 20%를 넘어서면 구도가 선거를 완전히 지배해 인물과 이슈가 힘을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민심도 실제 그랬다. 경기 오산에 출마한 김효은(41) 후보는 "당신은 좋은데 이번에 2번은 절대 못 찍겠다"는 유권자들의 반응을 접하며 강력한 정부 심판론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심판의 거센 파도에 정부·여당의 강점인 '정책'은 맥을 못 췄다. 박진호(34) 후보는 국민의힘의 대표 '메가 공약'인 서울·경기 행정구역 개편으로 달아오르던 경기 김포갑에 출마했다가 8.55%포인트 차로 떨어졌다. 그는 "시민들도 정책을 실현할 힘이 정부·여당에 있는 걸 알았지만, 현안보다 심판론이 우세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총선 참패가 반복되면서 여당은 사실상 생명력을 잃었다. 서울 최대 격전지로 꼽힌 '한강벨트'에 속하는 광진갑에서 고배를 마신 김병민(42) 후보는 "4년 전 바닥을 딛고 다시 올라오기 위해 정말 처절하게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 그때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엔 가진 게 '당' 하나뿐이니 당이 노력했지만 이제는 '집권당'의 일"이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의 처절한 변화와 혁신 노력이 있어야 국민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잘못이 선거를 지배한 만큼, '당정 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혼란상을 수습하는 전제조건은 대통령이 당대표 교체에 관여하지 않아야 하고, 새 당대표는 대통령에게 진짜 민심의 쓴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 속에서도 오랜 노력과 인물 경쟁력으로 험지에서 승리를 일궈낸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자) 같은 젊고 강단 있는 정치인이 당대표를 맡거나 지도부에 대거 포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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