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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총선 패배 정책 기조 변화 주목
증원 백지화 주장 리더십·전략 수정
전공의·교수 이해관계 제각각...조율 어려워

지난달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제22대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나면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대립했던 의사단체들도 ‘강 대 강’ 구도를 접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총선 직전 의사들과 증원 규모와 관련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의사 단체들이 대화 창구를 단일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 대학, 개원의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갈리고 대표성을 두고 분열하면서 양측 대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총선 결과에 몸 낮추는 정부, 전열 가다듬는 의사 단체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총선 당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의대 증원 관련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권이 참패한 총선 결과를 의식해 몸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의사 단체들은 총선 결과 발표 직후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과 그에 따른 의료 대란이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전열 정비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에 내린 총선 참패라는 심판은 사실상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며 “국민은 투표를 통해 의료 개혁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포퓰리즘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함께 발전적인 의료 개혁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앞서 이날 전공의와 의대생·교수 단체가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 의사 단체의 ‘단일 창구’가 마련된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합동 기자회견과 관련해 합의한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이와 함께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자, 비대위가 완강히 반대하면서 의협에서도 내홍이 일고 있다.

의사 교수 단체들은 총선 결과를 두고 증원 철회를 주장하면서도 대응 전략을 다듬는 ‘동중정(動中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의 뒤를 이어 울산대 의대 비대위원장 최창민 교수를 2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총선 결과를 두고 “독단과 불통 대신 소통과 협의를 통한 정책 추진을 명령하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와 별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증원 중단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된 뒤 헌법소원에 나설 예정이다.

‘단일 창구’는 난망… 전공의·교수·개원의 셈법 제각각
의사단체들은 총선 결과를 명분 삼아 의대 증원 백지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단일한 대화 창구를 형성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 의료계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의사라도 전공의·교수·봉직의에 따라, 또 병원 유무에 따라 의대 증원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대형 병원들은 의사 책임론을 꺼내고 있다. 서울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의사가 아닌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의료진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은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이달 초 소속 교수들에게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의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이라며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손실은 (연말까지) 약 46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사태 발생 직후인 올해 2월 마지막 2주부터 지난달까지 전공의의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은 약 4238억원가량 줄었다.

전날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의대 증원 정책 관련 포럼에서는 병원과 봉직의 사이의 간극이 여실히 드러났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료 공백 사태가 왜 시작됐는지 생각해 보면 누가 한발 물러서야 하는지는 명확하다”면서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은 “현재 모든 의료전달체계·지불체계·지역 간 격차 문제 등을 일으킨 사람이 (매듭을) 묶은 자고, 거기에는 의사들의 책임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며 의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상당한 격론이 오간 이날 토론회를 두고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서도 이제는 의료진의 장기 이탈을 참기 힘든 수준이라는 방증”이라며 “봉직의들도 이제는 직장의 입장을 생각할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수련병원의 교수와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감지된다.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는 지난달 24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교수단체인 전의교협이 비공개 회담한 것을 두고 “자동차 노조가 사직을 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격”이라며 “결단코 어느 전공의도 전의교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밝혔다.

류옥씨는 “의대 교수들은 선배 의사인 동시에 이해당사자로서 주 52시간 수련제도, 폭력과 폭언에 따른 수련병원 해제, 교육 중심 수련환경 구성 등을 두고 전공의와 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이 단합해 전공의를 지키자”며 올린 페이스북 글에 “F(학점)를 주든 말든 자르든 말든 교수가 할 일이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할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집단 사직서 제출에 참여한 수도권 한 병원의 전공의는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표현”이라며 “정부와의 투쟁에 앞서는 전공의들을 지켜준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교수가 전공의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는 오만한 믿음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자영업의 성격이 강한 개원의들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개원의를 포함한 총파업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17일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개원의들에게 파업을 지시할 생각이 없지만 많은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본인의 판단에 따라 휴진할 수 있다”며 동네병원의 야간진료나 주말진료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증원 반대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화하거나 실현된 집단 행동은 없다. 대학 병원 관계자는 “개원의들로서는 굳이 증원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며 “자영업에 가까운 특성상 응집력이 약하기도 하지만, 증원이 되면 향후 봉직의들을 더 싼 값에 고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개원의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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