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수준 동결…환율 1375원 ‘또 급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금리인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가 불안이 여전해 통화긴축 기조를 조만간 완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기준금리 수준을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현재 기준금리 수준(연 3.5%)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이후 10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전환(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한은의 판단도 더 신중해졌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유가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소비자 물가가 전망 경로(2.3%)보다 높아지면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며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은이 아직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 지난 2월에는 ‘상반기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에서, 이날은 ‘하반기도 불확실하다’며 신중론이 강화된 셈이다. 한은이 올해 3분기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 전망과는 다른 방향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물가불안 영향으로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갈수록 지연되는 양상이다.
다만, 이날 금통위는 통화긴축 기조 유지와 관련해 ‘충분히 장기간’이란 기존 표현에서 ‘장기간’을 뺐다. 시장에서는 장기간을 6개월 이상의 시계로 해석한다. 이 총재는 “장기간 문구를 유지하면 (금리 인하를) 하반기에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고, 다 없애면 하반기에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은 지난 2월과 같았다. 금통위원 6명(이 총재 제외)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연 3.5%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고, 1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과 금통위원들의 ‘인하 신중론’ 배경은 다시 들썩이는 대내외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까지 내려왔다가 2·3월에는 3.1%로 2개월 연속 다시 높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채소·과실 등 농산물값과 유가 오름세로 둔화 흐름이 주춤한 상태다.
조영무 엘지(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인하 시점이 계속 늦춰져 이젠 6월설도 약해지고 있다. 한은은 4분기에 한 차례만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유가 흐름을 향후 물가안정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유가가 90달러 위에서 오랜 기간 머물러 있으면 물가 전망을 수정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2.6%(상반기 2.9%, 하반기 2.3%)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0원 오른 1375.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연속 상승(원화가치 하락)해 지난 4일 대비 총 28.30원 올랐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가 강세인 면이 있다”며 “(미국 등)주변국 영향으로 우리 펀더멘탈보다 과도하게 절하된 면이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