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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통일부 기자실장, 허희옥 사무관. 취재지원 업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본인 제공

통일부의 살아있는 역사, 허희옥 기자실장이 9일 건강 문제로 퇴임했다. 허 실장은 약 38년 통일부에서 근무했는데, 그중 만 25년을 기자실장으로 일했다. 방북 현장 지원부터 남북 회담 밤샘 취재까지, 크고 작은 궂은 일을 도맡았다. 그는 북측에서도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으로 불렸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대기업 회장들에게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는 타박을 했던 이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붙여준 별명이다.

허 실장은 2012년 암 판정을 받았고 약 4년 전 재발해 치료를 계속해왔다. 투병에도 불구, 기자실장 자리를 지켜왔으나 의료진의 판단으로 눈물의 퇴임을 하게 됐다. 그는 퇴임 후 자연인으로 맞은 첫날인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산가족 상봉 현장 등 잊을 수 없는 보람과 추억을 안고 간다"며 "울지 않으려 했는데 기자단 감사패 내용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통일부 근무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
"모든 순간이 소중했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이산가족 상봉 당시 한 할머니의 사연이다. 치매를 심하게 앓으셔서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시던 분이셨는데, 금강산에서 북에 두고 온 아들을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시더라. 나도, 기자들도, 당국자들도 다 울음바다가 됐다. 2014년엔 평양 현지 취재 지원 업무를 맡았는데, 카드섹션을 맡은 아이들이 똑같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율동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탈의실이나 화장실이 없어서 길에서 옷을 갈아입고 볼일을 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리더라."
제 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오른쪽은 남측의 박춘자(당시 77세) 씨, 왼쪽은 그의 언니 박봉렬(당시 85세) 씨.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런 상봉 행사 지원도 허희옥 당시 실장이 도맡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방북 취재 풀 기자단 구성 및 보도자료 배포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보도 지원 관련 업무는 없다. 그가 챙긴 남북 관련 회담 업무는 200회 이상이며, 대통령ㆍ국무총리 표창은 각 1번, 장관급 표창은 5번을 받았을 정도로 타의 모범이었다. 특히 방북 취재 업무 지원에 나설 때마다 그는 철저한 준비를 했다. 고립 등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비상식량을 챙겼을 정도. 그는 10회 이상 방북을 한 남북 관계 산 증인이기도 하다.


Q : 감사패 전달식이 눈물바다가 됐다는데.

A :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감사패에 '통일부 기자실이 곧 실장님이었고, 실장님이 곧 기자실이었다'는 첫 문장에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오래 기자실장을 하다 보니 출입기자로 만난 분들이 편집국장 보도국장 사장 되는 모습에 나도 보람을 느꼈다."
전설의 기자실장, 통일부 허희옥 사무관의 투병 퇴임식에 기자단이 선물한 감사패. 본인 제공


Q : 기자실장이라는 어려운 업무를 사반세기 해낸 비결은.

A :
"출입기자들이 올 때마다 항상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했고, 나이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반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 덕에 계속 서로 아끼며 좋아하면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 첫 출근날 기억은.

A :
"솔직히 처음엔 통일부에 오래 근무할 생각이 없었다(웃음). 통일부라는 곳이 있구나, 이 정도 마음으로 왔는데 처음 맡은 업무였던 남북 관계 사진전이 너무 보람찬 거다. 경복궁역 등에서 사진전을 하는데 의미도 큰 데다 업무가 즐거웠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상도 받았고, 어찌어찌 38년이 됐다."
통일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6층 통일부. 연합뉴스


Q : 통일부를 떠나며 남기고 싶은 말은.

A :
"조심스럽지만 한 말씀 꼭 드리고 싶은 건, 우리 통일부가 정치적으로 너무 흔들리는 게 안타깝다. 작은 소원이 있다면 우리 부처의 훌륭한 인재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통일의 큰 꿈을 안고 온 분들의 뜻이 꺾이는 경우를 많이 봐서, 안타까운 마음에 조심스레 드리는 말씀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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