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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찬성하던 제도 개편 급제동 전망
금투세 폐지·상속세 완화·시설투자 세액공제 ‘불투명’


국회의사당. /뉴스1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여야 모두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방안을 총선 정책 공약집 등에 반영하고 있어 산업 육성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정책이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우호적인 규제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투자 위축과 연구개발(R&D) 동력 악화 등의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① 제약·바이오업계 자금조달 혹한기 길어질까, 짧아질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수년째 이어진 자금 조달 혹한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정책인 금투세 도입과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에서 기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A제약사 관계자는 “금투세가 도입돼 개인투자자가 이탈하고 사모펀드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 제약바이오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타격이 더 크다”며 “자금력이 약한 중소 바이오기업과 벤처 중에서는 자금 확보 난항으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파산해 인수합병(M&A) 시장에 헐값에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로 발생한 수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소득세를 내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착수해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2년 6월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서 금투세 도입 2년 유예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월 폐지를 공식화했다. 반면 앞서 민주당은 금투세를 내년부터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금투세를 부과하는 대신에 ISA 혜택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그림이었다.

제약 바이오 업계는 사실 금리 인상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금투세 폐지 기대감이 컸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제도 등 외부 환경에 더 취약한 특성이 있다. 바이오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공장과 같은 설비 투자와 신약 연구개발(R&D)의 핵심 재원을 주식 발행과 투자 자금 유치로 마련한다. 초기 기업의 경우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과 R&D, 임상 현황 등이 기업가치를 평가되는 요소다.

기술력은 있지만 당장 재무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벤처투자와 기술 특례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데, 증시와 투자 시장 여건이 위축되면 그 여파가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 국내 바이오기업 기술특례상장 건수가 감소하면서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져 벤처캐피탈(VC) 투자도 눈에 띄게 축소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분야 기술특례상장 건수는 2019년 28개, 2020년 27개로 호황을 맞다가 2021년 19개, 2022년 13개, 2023년 12개로 급감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6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8787억원 대비 28.7% 감소했다.

‘기업 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10%포인트 한시 상향’,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안’ 등 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도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간 야당은 ‘대기업 세금 깎아주기’라고 맞서왔다. 이에 세액공제 연장이 불발되면서 제약바이오기업으로선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업계는 정부의 투자 세액 공제를 환영해왔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는 산업 투자를 유인해 생태계를 튼튼히 할 것”이라며 “바이오 제약산업의 핵심적인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환영한다”고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② 2·3세 경영 기업들 “상속세 완화 기대감 ‘물 건너가’

대주주 일가의 2·3세가 경영 일선에 나선 제약업계에선 최근 정부가 내놓은 상속세 완화·폐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사실상 상속세 개편은 물 건너갔다는 해석이 많다.

셀트리온, 보령, 종근당, 광동제약, 대원제약, 삼진제약, 제일약품, 안국약품 등 주요 기업이 소유주 2~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상속·증여 문제로 속앓이를 해왔다. 한미약품은 이미 상속세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작년 10월 셀트리온그룹 합병 발표 자리에서 “상속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상속세 때문에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며 상속세 부담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한미그룹은 팔지도 않을 상속 주식에 부과된 세금 때문에 의미 없이 가업이 망가진 경우”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5공장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③ “여야 막론 제약·바이오 육성 필수”

반면, 총선에 앞서 여야 모두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방안을 총선 정책 공약집 등에 대폭 반영했던 만큼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우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혁신형 제약기업 및 R&D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 체계 구축, 필수·퇴장방지의약품 생산시설 지원·비축 확대, 필수 원료의약품·백신 국산화·자급화 기술개발 지원,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장기 수급 불안정 의약품과 관련해 ‘공공제약사·의약품 유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공약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여야 모두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인프라를 갖춘 제약사를 활용하지 않고 별도로 공공 제약사를 설립하는 것은 효율이 낮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합리적으로 규제를 혁신하고, 예측할 수 있는 약가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정책 제안했다. R&D 혁신성과에 대한 적정가치를 보상하고, 단순하면서도 예측할 수 있는 약가정책을 마련해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에 대해선 국내 생산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다른 산업군과 달리 아직 생태계가 덜 조성됐다”며 “산업 육성을 위해 무엇보다 시장에 돈이 지속해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R&D 투자에 대한 금융 지원, 세제 혜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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