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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선택은 정권 심판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尹대통령 3대 개혁 차질

지난 5일 사전투표 첫날 투표소를 방문한 윤석열(왼쪽부터)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민심의 선택은 정권 심판이었다. 제22대 국회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모습으로 결정되면서 국정 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가 취임 초부터 강조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도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尹 정부 레임덕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00분 현재 개표가 87.3% 완료된 가운데 현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169석을, 국민의힘과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114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야권인 조국혁신당도 12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정확한 개표 결과는 이날 새벽 6시쯤 확정된다.

직전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가져갔던 민주당이 이에 비견되는 성적을 거두며 국회 지형도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은 간신히 지킬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운동 막판에 “정부가 부족하면 제가 해결하겠다”고 국민에게 읍소했지만, 결국 먹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50석 이상의 단독 과반 의석을 얻어 차기 국회의장도 민주당의 차지가 됐다.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언제 열지, 본회의에 부의된 쟁점 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주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도 다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재적 의원 과반을 얻은 민주당은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과 임명동의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다. 임명 동의를 얻어야 하는 대상에는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원장 등이 포함된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이들을 임명할 수 없게 된다. 21대 국회에서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민주당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주요 국정과제도 관철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석 수를 합하면 국회 의석(300석) 5분의 3인 180석 이상이 되는 만큼 헌법 개정과 대통령 탄핵을 제외한 모든 법률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상대 당이 반대하더라도 시기만 늦을 뿐, 사실상 법안 통과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등을 일제히 통과시켰다. 다만 200석을 넘지 못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는 여전히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0선 대통령’의 ‘강 대 강’ 대치... 거대 야당 독주 이어질 듯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없는 ‘0선 대통령’이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p) 차이로 패한 거대 야당은 사사건건 윤 대통령 정책에 발목을 잡았다. 윤 대통령도 야당에 손을 내밀지 않으며 ‘강 대 강’ 대치만 반복됐다.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는 이유로는 먼저 국정운영 성과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꼽힌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 활동을 바탕으로한 한미일 삼각 동맹이 강화됐고, 30조원이 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등 국정 성과가 상당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다. 한국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잠정)로 일본(1.9%)보다 낮았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국민 고통이 여전하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국민들은 2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의 정치에 많이 실망했다. 민주당도 책임이 크지만 민주당은 야당이다. 집권여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정치도 경제도 좋아진 건 없다”며 “윤 대통령이 뚜렷한 국정 성과라고 내세울 것이 없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불통 이미지를 만든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선진국 대통령 중 이례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만큼 갈수록 소통 창구를 줄이고 있다. 그는 당선인 신분으로 지난 2022년 2월 청와대를 나와 용산 대통령실로 오겠다며 소통을 강조했었다. 윤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기자 회견 대신 공기업인 한국방송공사(KBS)와의 녹화 방송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지나가면서 이런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이종섭, 황상무 사태 등으로 민심이 동요한 것도 원인이다. 여기에 정부가 밀어붙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결국 선거에는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질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대형병원들의 운영은 파행을 거듭하고, 국민의 불편은 커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집권 3년 차에 본인의 말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여소야대 21대 국회도 국정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강조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및 저출산 정책 등도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관옥 정치연구소 민 소장은 “윤 정부는 사실상 궤멸 상태”라고 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도 야당과 협치를 거부하면서 21대 국회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며 “22대 국회도 이런 모습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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