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재명 대표는 당내 최대 주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당을 친이재명계 중심으로 재편한 이 대표는 세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기까지 심판론을 넘어 수권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낙선 뒤 먼지털기식 검찰 수사와 재판 출석 등 ‘사법 리스크’의 부담을 안고 대표직을 수행해왔다. 두 차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당 안팎에서 ‘방탄국회’라는 공세가 나왔고 총선 하루 전인 9일마저 재판에 불려 가야 했지만, 단식투쟁 등으로 정면 돌파하며 기회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후보는 이날 “이번 총선도 결국 대선의 연장선에서 윤석열 대 이재명 싸움으로 치러진 것이고, 이번엔 이재명이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3월 비주류의 탈당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공천 파동’에도 불구하고 4·10 총선에서 대승이 예고되면서, 이 대표는 사실상 당내에서 유일무이한 리더십을 손에 넣게 됐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첫 승리를 거둠으로써 리더십을 입증받은데다 당내에서 이 대표와 각을 세워온 비주류 대부분이 이번 공천에서 탈락해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는 까닭이다. 이 대표가 당내 견제 없이 향후 대선까지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상상도 못 할 숫자로 압승을 거둔다면, 누가 당내에서 이 대표를 건드릴 수 있겠나. 공천을 잘못했단 말도 이젠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과반을 얻고도 이 대표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압도적 의석’을 관리하면서, 대선까지 ‘거야의 안정적 리더십’과 ‘이재명의 선명한 정치’를 동시에 검증받아야 하는 까닭이다. 더욱이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면서, 제1야당의 리더십은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긴 것과는 별개로,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면서 향후 선명성을 두고 경쟁 구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도 아직 살아 있는 변수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대선 후보 당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친명계는 “무리한 기소였으니 법원도 민심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한 출마자)이라고 기대하지만, 누구도 결과를 단언할 수 없다. 결국 이 대표에겐 압승을 거두고도 또다른 시험대가 겹겹이 놓인 셈이다.

한겨레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