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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체투지로 사전투표하려다 ‘제지’
총선 당일 30여분 만에 투표 마쳐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바닥을 기는 포체투지를 하며 서울 종로구 혜화동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했다. 온몸으로 바닥을 기어 투표소를 세 번 찾은 뒤에야 성공했다. 앞서 사전투표를 하려다 두 번이나 가로막혔던 박 대표는 이날 포체투지 방식으로 투표소를 향해 기어간 지 30여분만에 투표를 마쳤다. 평소 타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맨바닥에 엎드려 기어가느라 숨이 가빠진 박 대표가 말했다. “장애인의 투표는 소란행위도 아니고,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일도 아닙니다. 장애인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투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전투표일이던 지난 5일 박 대표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 주민센터에서 포체투지로 투표하려다 혜화경찰서와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당했다. 포체투지가 투표소 내 소란행위라는 이유였다. 포체투지(匍體投地)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오체투지가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 기어가는 방식을 가리킨다. 전장연은 지난 1일부터 장애인 권리를 위한 투표를 호소하며 서울 지하철 열차 내에서 포체투지를 해왔다.

경찰과 선관위는 당시 전장연 활동가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 문구가 투표소 인근에서 투표 참여 권유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도 했다. 팻말에는 ‘장애시민권리에 투표해달라’고 적혀있었다.

박 대표는 다음날 다시 이화동 투표소를 찾았지만 이날도 투표를 할 수 없었다. 투표소 직원이 ‘장애인 복지카드는 신분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투표용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관리규칙은 장애인 복지카드를 투표 시 신분증으로 인정한다. 박 대표는 “당시 선관위 직원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총을 안 가져온 군인’이라고 조롱했다”면서 “‘학생증마저 신분증으로 쓸 수 있다’는 지침을 내리는 선관위의 직원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모습은 장애인들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차별받는 상황인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후 선관위는 장애인복지카드를 신분증으로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직원이 착오했다”고 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바닥을 기어가는 포체투지를 하며 서울 종로구 혜화동 투표소에 입장해 기표소로 향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박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30분 혜화동 투표소에서 또 다시 포체투지로 투표를 시도했다. 박 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리자 투표소 관리관이 “휠체어가 있는데 왜 기어서 하려고 하냐”고 물었다. 경찰 10여명은 바닥에 엎드린 박 대표를 에워싸고 투표 권유를 해선 안 된다고 공지했다.

투표소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실랑이는 이어졌다. 한 투표소 참관인은 투표용지를 받아 기어서 기표소로 향하는 박 대표를 보며 “저 사람 신분을 확인한 것 맞냐”며 소리쳤다.

세 번째 시도 만에 투표를 마친 박 대표는 “휠체어를 탈지 말지는 나의 선택인데 신체 구조상 기어서 가는 것을 두고 비장애인을 방해하는 소란 행위라고 보는 차별적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복지카드가 인정 안 된다고 한 착오도 그러한 차별적 시선이 축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두 번의 사전투표 거부행위는 명백한 시민권 침해”라며 “혜화경찰서와 종로구 선관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별도 사법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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