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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업무 스타일도 바뀌고 일이 많아져서 우리 많은 공무원이 정말 아주 과로에 시달리는 걸로 알고. 제가 노동부에 고발당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고발 하십시오. 퇴임 후에 처벌 받겠습니다.(웃음)”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웃어 넘길 수 없는 말이다. 이 개그가 놓인 상황, 발화자, 소재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저출생 극복과 일·생활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핵심과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과로’와 연장근로한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황당한 ‘개그’다.

근로기준법은 1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면 사용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받는 사용자는 극히 드물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노동자의 진정에 따른 조사나 근로감독을 통해 사용자의 연장근로한도 위반이 적발되어도 사용자가 3개월 이내에 시정한다면 ‘없던 일’이 된다. 재판까지 넘겨져도 형량은 벌금 수십~수백만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법이 잘 지켜질리가 없다.

특히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논리를 바탕으로 사실상 ‘근로시간 상한’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간외수당 상한선은 정해져있고, 일을 했어도 일하지 않은 것으로 근로시간을 공제해 ‘공짜노동’도 만연하다. 이러한 임금지급 방식은 정부가 민간 분야에서 개선하겠다고 나선 ‘포괄임금제’와 똑같다.

대통령의 발언 사흘 뒤인 지난 7일 오전, 전북 남원에서 이틀동안 하루 14시간씩 총선 사전투표소 관리요원으로 일했던 50대 지방공무원이 쓰러져 치료를 받다 8일 숨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 공무원이 앓고 있던 병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과로사라 주장한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사전투표 업무에 투입됐던 전주시 공무원이 뇌출혈로 숨져 순직으로 인정된 바 있다. 공무원노조는 선거 때마다 지방공무원이 격무에 시달리게 하는 선거사무 개선을 주장해왔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업무를 적절하게 배분하고, 불가피하게 과로한 경우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로 시켜놓고 불만있으면 고발하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좋은 사용자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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