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없었던 19세기 법 ‘부활’
강간·근친상간 임신에도 예외 없이 ‘범죄화’
바이든 “공화당 의제 반영…잔인한 법” 비판
2021년 4월 애리조나주 대법관들 구두 변론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여성의 생명이 위험할 때를 제외하고 모든 경우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160년 전 제정된 법을 부활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주요 경합주로 꼽히는 애리조나에서 이번 판결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9일(현지시간) 대법관 찬성 4, 반대 2 의견으로 “연방법이나 주법에 1864년 법령의 시행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며 그간 사문화됐던 ‘임신중지 금지법’이 현재도 다시 시행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1864년 제정된 이 법은 임신부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임신중지 시술을 하는 의사나 이를 돕는 이들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 애리조나에선 임신 15주까지 임신중지가 법적으로 가능했다.

임신 초기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다른 주법들이 제정되며 사문화됐던 160년 전 법을 법원이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각 주의 결정에 맡긴 것이 ‘부활’의 계기가 됐다. 이후 공화당 소속이었던 당시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이 주법원 판사를 설득, 1864년 주법의 집행에 대한 차단 조처를 해제하면서 이 법의 시행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이날 애리조나주 대법원 판결로 미국 50개주 가운데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는 15곳으로 늘어났다.

다만 대법원은 이 법의 합헌성에 대한 추가 의견을 듣기 위해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며 14일간 효력을 유보했고, 법 시행까지 추가로 45일간의 유예 기간을 뒀다.

2022년 7월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 앞에서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인 크리스 메이즈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은 “애리조나가 주(州)가 아니었고 남북전쟁이 격렬했으며, 여성이 투표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의 법을 다시 시행하기로 한 오늘 결정은 우리 주의 오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주요 격전지 중 한 곳인 애리조나에서 이번 판결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며 향후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이 여론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임신중지를 제한하기 위해 수십년간 노력해온 공화당에게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실시된 애리조나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유권자의 7%만이 ‘예외 없는 전면적인 임신중지 금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2년 중간선거 당시 조사에서 애리조나주 유권자 10명 가운데 6명이 전국적으로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임신중지 자유를 지지하는 애리조나주 주민들은 오는 11월 임신중지 권리를 주헌법에 명시하기 위한 주민투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를 적극 쟁점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수백만명의 애리조나 주민들은 건강이 위험하거나 비극적인 강간 또는 근친상간의 경우에도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훨씬 극단적이고 위험한 임신중지 금지법 아래 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잔인한 법은 여성이 투표권을 갖기 훨씬 이전인 1864년에 제정됐다”며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공화당 선출직 공직자들의 극단적인 의제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동영상에서 임신중지 문제에 대해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사안이며,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6097 '위험한 물 축제'‥올해도 2백여 명 사망 랭크뉴스 2024.04.19
6096 최상목 “추경은 경기침체 때”…민주당 요구에 선 그어 랭크뉴스 2024.04.19
6095 안보리, 팔레스타인 유엔 정회원국 가입안 부결…미 거부권 행사 랭크뉴스 2024.04.19
6094 ‘의대 증원’ 해법 찾았나…정부, 국립대 총장 건의 수용할 듯 랭크뉴스 2024.04.19
6093 택배 도둑 女, 경찰 오자 “죽겠다” 난동…특공대 제압 랭크뉴스 2024.04.19
6092 정부,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국립대 총장 건의 수용할 듯 랭크뉴스 2024.04.19
6091 [단독] 선방위 정당·단체 민원 100%, 국힘·공언련이 냈다 랭크뉴스 2024.04.19
6090 88세 신구 "한물간 연극? 진정성 있으면 인정 받는다" [이지영의 직격인터뷰] 랭크뉴스 2024.04.19
6089 [단독]해병대 사령관·사단장,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추가 검증은 미제로 랭크뉴스 2024.04.19
6088 “족보 안준다?” 복귀 막은 의대생…교육부 “수사 검토” 랭크뉴스 2024.04.19
6087 전국 맑다가 밤부터 구름···낮 최고기온 19~29도 랭크뉴스 2024.04.19
6086 국민의힘, 오늘 낙선자 간담회…총선 패인 등 의견 청취 랭크뉴스 2024.04.19
6085 유학생? 스파이?… 필리핀 남중국해 최전선 온 중국인 4600명 정체는 랭크뉴스 2024.04.19
6084 "겉은 바삭, 속은 쫀득" 크루아상과 '이것' 합쳐진 신상간식 '크루키' 뭐길래? 랭크뉴스 2024.04.19
6083 "여보 오늘 한잔할까?"…부부싸움 일으키는 줄 알았더니 반전인 '술의 힘' 랭크뉴스 2024.04.19
6082 美 "라파서 하마스 격퇴 목표 이스라엘과 공유…후속협의"(종합) 랭크뉴스 2024.04.19
6081 “어, 월급 왜 줄었지”…1000만 직장인 ‘이것’ 폭탄 맞나 랭크뉴스 2024.04.19
6080 이화영 “연어에 술” 거듭 주장…검찰, 출정일지 싹 공개 랭크뉴스 2024.04.19
6079 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키오스크 장벽'…"없는 식당 찾아가요" 랭크뉴스 2024.04.19
6078 정부, 의료개혁 다시 박차 가하나…열흘 만에 브리핑 재개 랭크뉴스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