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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정황 증거도 법정서 공개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가운데)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 관련 책임이 없다고 보십니까?” “나중에 법원에서 판단하겠죠.”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9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째 되던 날인 2022년 1월29일 경기 양주 골재채취장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6명도 피고인석에 섰다.

정 회장의 재판이 주목받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일 뿐만 아니라, 검찰이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니라 ‘그룹 회장’인 정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봐 기소했기 때문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만약 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검찰은 “정 회장이 삼표산업 경영에 대해 최종결정권을 행사하는 실질적 경영책임자”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각종 회의에 참여해 경영현황 등을 보고받았고,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하달했다”며 “법 시행 이전과 이후 모든 중대재해가 정 회장에게 보고됐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삼표그룹 내부문건, 직원간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를 공개하면서, 정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사항이나 산재사고에 따른 조치 등을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표그룹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담은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피고인을 압박했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사고 당일 “본사 압수수색을 대비해 본사 서류를 파쇄기로 돌리지 말고 집에 갖다놔라”, “혹시나 회장님 이름이 절대 나오면 안된다” 등 언급했는데, 검찰 쪽은 “압수수색 전에 증거인멸이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아무개 양주사업소장도 “외부엔 요즘 날이 풀려서 토사가 무너졌다고 말하라”, “(석재) 발파 얘기는 하지마라” 등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매몰된 피해자를 발견하는데 닷새가 걸릴 정도로 실종자 수색에 많은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반면, 정 회장의 변호인은 정 회장이 “안전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면서도, “법이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다했고, 발생한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 쪽은 에스피엘(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허영인 에스피씨(SPC)그룹 회장을 불기소한 사례를 들며 “(허 회장이) 안전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고를) 보고받지도, 구체적 지시도 없었다는 이유로 불기소했다”며 “정 회장은 이런(안전보건관리체계와 관련된) 사항을 잘 지켰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한다는게 바람직하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일부 관여한 행동을 했다더라도 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전체의 산업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로, 장려돼야지 금지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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