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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저축은행권의 조 단위 ‘작업대출’ 관행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경기 안산 갑)의 딸처럼 ‘사업을 하겠다’며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데 쓴 사례들이다.

9일 국민일보가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금감원 제재 내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기간 금감원은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개인사업자대출을 부당하게 내준 금융사 8곳을 적발해 처벌했다. 저축은행 7곳(애큐온 SBI 페퍼 OK 모아 OSB 더블)과 상호금융사 1곳(대구달성SJ산림조합)이다.

대출 건수로 3963건, 대출 규모로는 1조2962억9400만원이 2018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부당하게 나갔다. 이 자금은 대부분 주택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규제 지역 내 집을 살 때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최대 0%까지 낮아졌던 문재인정부 당시 이용된 우회로다.

이들 금융사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고객이 집을 사는 데 쓰려는 의도를 알면서도 눈감은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하거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열람하고 부채 증명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담보 물건이 되는 주택에 이미 주담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돈을 내준 것이다. 이 경우 십중팔구는 대출금의 일부 혹은 대부분이 기존 주담대 상환 용도로 쓰인다. 일부 금융사는 고객에게 “대출금으로 주담대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해당 금융사들은 위·변조된 허위 서류를 걸러내지 못하기도 했다. 세계 과자 전문점을 운영하겠다는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커피 자판기 수억원어치를 구매한 서류를 내기도 했다. 제2 금융권의 대출 심사 과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낮은 수위의 제재인 ‘기관 경고’와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금감원 금융사 제재는 강도 순으로 ‘인허가·등록 취소’부터 ‘과징금·과태료’까지 9단계로 나뉘는데 기관 경고는 7번째, 주의는 8번째다. 임원 제재의 경우에도 OSB저축은행에만 3년간 재취업이 불가느한 ‘문책 경고’가 나갔을 뿐 나머지는 ‘주의적 경고’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적발된 개인사업자대출 내용을 보면 시기도, 방식도 양 후보 사례와 유사하다”면서 “기관 경고를 받으면 3년간 신규 사업 진출이 제한되지만 여·수신 외에 새 비즈니스를 잘 하지 않는 저축은행에 큰 페널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과 달리 금감원은 양 후보 의혹에선 이례적으로 신속히 움직였다. 의혹이 불거진 뒤 4영업일 만인 지난 3일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공동 검사에 착수해 하루 뒤인 4일 “위법·부당 혐의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선거 개입 논란이 일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름달이 둥근 것이 (보름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탓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부당 개인사업자대출을 근절하려면 금감원이 평소에도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업대출은 금융사 건전성뿐 아니라 가계대출의 질까지 악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불법 소지가 확인되는 경우 형사 처벌 등으로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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