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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피해자
창원지법 진주지원 1심 재판부
‘심신미약’ 참작 징역 3년 선고
“응당의 처벌이라 하기엔 부족”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가 9일 오후 창원지법 진주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 폭행 사건’ 가해자인 박아무개(25)씨에게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징역 5년)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제공

“많이 아쉽습니다.”

징역 3년.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일하던 20대 여성 김영주(가명)씨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 손님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구속 기소된 박아무개(25)씨에게 9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이다. 검찰이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5년보다 형량이 낮다.

김씨는 이날 선고 직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박씨에게) 치료감호나 집행유례가 아닌 실형이 나온 점은 만족스럽다”면서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검찰이 구형한 것보다) 감형이 되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 여성은 (박씨의 폭행 이후 청력 손실을 진단받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고, 피해 남성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여러 단체에서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에 고려했다면서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박씨 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가 초범이고 범죄사실을 인정한 점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하지만 평소 ‘페미니스트는 여성 우월주의자로서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박씨가 쇼트커트(숏컷) 머리를 한 김씨를 상대로 혐오감을 표출한 ‘전형적인 혐오범죄’라고 한 검찰의 주장은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김씨는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았다”며 “이 사건이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에서 ‘여성혐오 범죄’랄지 ‘증오 범죄’와 같은 표현이 누락되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혐오 범죄라는 점에서 검찰의) 5년 구형도, (재판부의) 3년 선고도 응당의 처벌이라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를 지원해온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등도 이 점을 성토했다.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및 연대단체 225개는 이날 판결 선고 직후 진주지원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본 사건의 원인은 피고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여성혐오 인식 때문”이라며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범행 표적으로 삼고, 오직 혐오 감정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혐오범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또 사건 이후 여성혐오 범죄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에 4만1361명이 동참한 것 등을 언급하며 “항소를 통해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임을 관철시키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박씨의 폭행 이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 4개 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청신경 손상과 감각신경성 청력 손실을 진단받아 보청기를 착용했다. 50대 남성 피해자는 지금도 대인기피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은 이와 관련해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해 피해자들이 일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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