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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온 정치권의 레이스가 어느덧 결승선에 다다랐다. 전국 254개 지역구 대진표를 짜는 공천 작업에서부터 선거운동 중 불거진 각종 호재와 악재, 주요 인사들의 막말·비위 등으로 인해 민심의 바다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견제론’ 사이에서 수없이 출렁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약 100여 일간 선거 국면을 주요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봤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마리 앙투아네트’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탓에 국민의힘은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21일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며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한동훈 비대위의 당면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 설정이었다. 야권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방어하면서도 동시에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윤석열 아바타’ 논란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정의 이같은 미묘한 긴장 관계는 지난 1월 ‘윤·한 갈등’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비판하자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 위원장이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 확전될 조짐이 보였으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화해 제스처를 선보인 ‘서천 회동’으로 마무리됐다. 한 위원장의 차별화는 실패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앞에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비명횡사’

1월 하순부터 양당은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잡음은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더 자주 흘러나왔다. 이른바 ‘친명횡재·비명횡사’ 논란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이재명(비명)계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했으며 그 자리는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불만이 치솟았다. 공천 및 당내 평가에 반발한 김영주·홍영표·설훈 의원 등이 탈당하면서 분열 위기가 깊어졌다. ‘최후의 비명 현역의원’으로 꼽히던 서울 강북을 박용진 의원까지 낙마하면서 파문은 정점을 찍었다. 이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으로 변모했다는 인상을 주는 계기가 됐다. 공천 갈등은 이후 임 전 실장과 박 의원 등이 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봉합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을 최대한 억누르는 ‘조용한 공천’을 지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권성동·이철규 등 친윤석열(친윤)계 현역의원 및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등 용산 출신 참모들이 대부분 본선에 올라 ‘찐윤불패’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방어에 성공하니 현역 의원을 내치고 있다”며 토사구팽에 빗대 ‘건생구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승강기에 탑승해 있다. 조태형 기자


■‘지민비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정치권에 진출했다. 지난달 3일 그가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불과 한 달여 만에 3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국 대표는 “3년도 길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으로”를 외치며 윤석열 정권 심판론 불길을 키웠다. 조 대표는 22대 국회 첫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

조국혁신당의 선전을 두고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권이 싫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주는 것도 망설이는 유권자들의 수요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군포 산본로데오거리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군포시민과 함께’ 행사에서 한 지지자에게 받은 명품 가방과 대파를 상징하는 모형물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런종섭’ ‘대파 875원’

3월, 공천을 마무리한 여야가 본격적인 공방 주고받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여름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대통령실의 수사개입 의혹을 정권 심판론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중심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에 임명하자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중인 인물을 도피시켰다”며 ‘런(run)종섭’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14일 황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까지 ‘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종섭·황상무 겹악재는 두 사람 모두 사퇴하면서 겨우 일단락됐으나, 유권자들에게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의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의 대파 발언을 경제적 무능·실정을 들추는 소재로 삼으며 공세를 집중했다.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모여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바바리맨’

민주당은 선거 막판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대출 의혹, 공영운 경기화성을 후보의 ‘꼼수 증여’ 논란에 맞닥뜨렸다. 민주당에 있어 부동산 관련 의혹은 불공정·내로남불 프레임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악재다.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의 이화여대생 성상납, 박정희 전 대통령 위안부 성관계, 퇴계 이황 관련 비하 발언 등도 악재로 불거졌다. 모두 비명횡사 부실공천의 후과다. 민주당은 이들의 공천 취소 요구를 외면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제3정당들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여론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김준혁 같은 사람을 유지할 거면 차라리 바바리맨을 국회로 보내라”고 공격했다. 한 위원장은 선거전 막판 야당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며 “정치 개 같이 하는 사람” 등 막말에 가까운 문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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