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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사진. 권현구 기자

충북 보은에서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가 대학병원의 전원 거부 끝에 숨진 3살 여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아이의 곁을 지켰던 응급실 당직 의사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해당 의사가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느냐”며 119 상황실에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은한양병원 응급실 당직 의사 A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119 상황실과 통화한 녹취록을 9일 조선일보가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A씨는 대학병원들의 거듭된 전원 거부에 “이렇게 (생명이) 꺼지는 걸 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살려야 하니 좀 도와달라”고 119 상황실 요원에게 호소했다.

녹취록에는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심폐소생술(CPR)로 아이의 호흡이 돌아왔지만, 인근 대학병원에서 모두 ‘소아 중환자 병상이 없다’ 등의 이유로 아이의 이송을 거부하자 결국 119 상황실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당시 A씨는 직접, 혹은 119 상황실을 통해 충청·경기 지역의 대학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날 생후 33개월 B양은 보은군 보은읍의 한 주택 인근에 있던 가로·세로·깊이 1.5m 크기의 물웅덩이에 빠져 오후 5시쯤 A씨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B양은 이송 당시 심정지 상태였으나, A씨와 의료진의 응급처치 덕분에 오후 5시33분쯤 맥박이 잠시 돌아왔다.

병원 측은 이와 관련해 “약물에 의한 (일시적) 심장 박동 신호로 보였지만, 그래도 살려보려고 의료진이 대형 병원으로 전원을 시도한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B양은 오후 7시쯤 다시 심정지에 빠졌고, 40여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의료계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어도 B양의 생명을 구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원을 갈 수 있는 환자 상태, 즉 이송을 견딜 수 있는 상태에서 전원을 진행하는 것이지 심혈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전원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녹취록에 따르면 A씨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멘털(의식)은 아직 안 깼는데 좋은 것만 예상하고 지금 여기서 이럴 순 없는 거 아니냐. 말도 안 되지 않느냐”면서 “최대한 장비가 갖춰진 데로 가야 한다. 응급처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내에서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받아야 하지 않느냐” “거리가 멀어도 지금 가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건 이후 B양의 사망과 대학병원 측의 전원 거부에 인과 관계가 있는지 조사를 벌였으며, 최근 충북대학교병원 측에 “위법성이 없다”는 의견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 유족도 전원 거부에 대해 문제 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력이 부족해 전원을 거부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의료계에서는 그보다 지역 의료계의 열악한 환경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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