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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전문의들은 어디로 갔나 [왜냐면]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짜 ‘의료 개혁’ 위한 연속 기고 ③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2010년 이후 10여년간 상급 종합병원은 1500명가량 의사가 늘어난 반면, 의원급 종사자는 1만명가량 늘어났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한 의사 대부분이 개원의가 된 셈이다. 그 결과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병원에서는 의사, 특히 전문의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왜 한국에서는 전문의들이 개원의가 되는 걸까?

우선, 대형병원들은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흉부외과, 뇌신경외과, 소아과가 이에 해당한다. 응급환자가 늘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는다.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되는 첫 번째 길목이다.

반면 내과 계열과 통증·근골격계 의사들은 병원이 고용하려고 해도 개원가 소득이 높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개원가는 영양주사, 도수치료, 비급여 시술 같은 것들로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많다. 피부·미용 시장의 팽창도 원인이고, 탈모, 비만, 영양 등 이른바 관리의료 시장의 창출도 개원가 쏠림을 크게 부추겼다.

지난 20여년간 의료 상업화가 의사 공급의 불균형을 심화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들은 모두 “의료 선진화”, “신성장 동력” 운운하며 의료 시장화를 가속했다. 의료 시장화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복지제도로서 의료에 대한 이해가 있는 나라 대부분은 신의료기기나 치료 재료를 그 효능과 위험도를 엄밀하게 평가해 규제하는 데 반해, 한국은 신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무조건 간소화해 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안전성 평가는 나중에 하고 시장에 먼저 진입시키는 ‘선 진입, 후 평가’까지 추진한다. 그래서 개원의들이 할 수 있는 비급여 시술의 종류와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급자 주도의 도덕적 해이인 것이다.

사례를 하나 보자. 지난해 7월 허가된 무릎관절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만원짜리 연골주사와 비교해 별 차이도 없는 치료 대안이 규제도 없이 광고로 퍼지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내는 수백만원이 의사들의 영리적 개원가 쏠림을 부추겨 의료 공급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두 번째 핵심적 문제가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데, 이런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빠른 속도로 퍼지게 만드는 민영의료보험 시장의 엄청난 확장이다. 4000만명 이상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이런 비급여 시장을 창출하는 미다스의 손이다.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의원들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상식이다. 자궁근종 치료 등에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수백만원의 하이푸 치료도 의사가 아닌 상담사가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는 적극 권유한다. 보험상담사가 무릎관절 유전자 치료제로 광고했던 수백만원짜리 가짜 약 ‘인보사’도 같은 사례다. 모두 실손의료보험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이용을 장려하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오는 10월부터는 민영보험사가 환자 개인의료정보를 축적해 보험사에 이익이 되도록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낭비적 진료를 더 늘릴 것이다. 엄청나게 증가하는 비급여 시장은 의사와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

시장 중심 공급구조로 비급여 진료를 부추기고 실손보험을 활성화하는 정책은 한국 의료를 기형적으로 만드는 원인의 원인으로 작동해 왔다. 그 결과 응급, 중환자, 수술 진료에 집중해야 할 의사들의 개원 붐이 일어, 이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집단 개원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할 동네의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한 시장 경쟁으로 내몰려 고가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환자 주머니에서 회수해야 하는 사업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 대란을 해결하려면 의료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하고, 공적 사회서비스로서의 의료를 되찾아야 한다. 이제 비급여 통제, 실손보험 규제를 통해 정상적인 일차 의료로서 동네의원을 복원해야 한다. 이게 의료의 공공성이다.

마지막으로 일본도 의사들의 개원 자율권을 인정하지만 민간 사업체처럼 운영하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강력한 비급여 규제인 ‘혼합진료 금지’가 사회적으로 합의돼 있어 일본 의사들은 비급여가 아니라 필요한 의료행위는 모두 급여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혼합진료 금지’는 영리적인 한국의 외래진료 서비스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조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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