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 요구하면서 월급은 ‘찔끔’
기획재정부 소속 영어 통번역전문관들의 처우를 두고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제금융기구 등이 주관하는 여러 회의 통번역부터 자료 검수까지 전문능력을 요구하면서도 10년간 월 보수가 약 40만원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8일 기재부 채용공고 등에 따르면 최근 영어 통번역전문관의 보수는 월 290만~320만원으로 제시됐다. 2013년 같은 업무를 수행한 ‘영어 에디터’의 보수 월 250만원에서 연평균 4만원 남짓 오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통번역전문관들은 ‘고급인재’로 통한다. 정부는 이들을 채용할 때부터 고급 스펙을 요구한다. 이력서를 넣으려면 통번역·경제·경영 등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하거나 통번역 관련 분야에서 6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맡는 업무도 전문적이다. 지난해 10월 재정정책국 소속 통번역전문관을 뽑는 채용공고에 따르면 이들은 아시아·태평양재정협의체 회의 참석 및 재정 관련 해외 주요 인사면담을 도맡아야 한다. 고위급 인사의 면담자료를 번역, 검수하고 순차통역도 맡는다.
고스펙·고난이도 업무에도 월급 인상률은 낮은 점에 대해 정부에 항의를 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전직 기재부 소속 영어에디터는 “2022년 처우개선에 관한 의견을 모아 인사과에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적게 주는 게 아니다’였다”고 토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정된 예산을 통번역전문관 인원수로 나눠 임금을 책정한다”라며 “부처, 청별로 임금 수준이 달라 절대적으로 적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