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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시간 매력 기능직 찾는 2030

출퇴근 자유롭고 노동 비례한 소득
육체노동 쾌감도 기능직 강점 꼽아
직업 전문학교 수업 수개월 대기도
페인트공 최인라씨가 벽 표면을 만지면서 결함을 확인하는 모습. 최씨 제공

명문대 출신 페인트공 최인라(43)씨는 업계에서 유명인이다.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최씨는 30대 후반 나이에 페인트공으로 전직했다. 미국 INK, KPMG 등 유명 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했던 최씨가 전직한 결정적인 이유는 시간과 돈이었다.

최씨는 고정된 근무시간으로부터의 해방과 노동에 비례한 정직한 임금이 페인트공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8일 “원하는 날을 골라 출근할 수 있고, 내일 마감인 작업을 오늘까지 끝내면 내일은 온전한 자유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노동만큼 소득이 나오니 회계사 때보다 돈을 잘 번다. 일당은 약 30만원, 한 달 소득이 1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사무직을 그만두고 도배공이나 페인트공 같은 기능직을 찾는 청년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이들은 자유로운 출퇴근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육체노동의 쾌감 등을 기능직의 강점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은퇴에 구애받지 않는 기술직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오지민씨가 도장 작업 중 스크래핑 도구인 ‘헤라’를 이용해 튀어나온 못을 두들겨 집어넣고 있다. 오씨 제공

2014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던 오지민(30)씨는 현재 2년차 페인트공이다. 오씨는 연예계 생활을 청산한 뒤 라이브커머스 회사에 입사해 사무 업무를 봤다. 오씨는 낮은 임금과 비효율적인 근무시간에 불만이 컸다고 한다. 오씨는 “페인트공의 경우 일한 만큼 일당이 나오는 구조인 데다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출근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특히 건설 현장 기능공의 높은 임금이 전직을 고려하는 청년에게 매력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300만원이다. 올해 1월 기준 도장공의 노임단가는 약 25만원으로, 근로일을 20일로 잡으면 월평균 임금은 약 500만원이다. 임금근로자보다 약 66% 높은 임금을 받는 셈이다.

육체노동의 쾌감도 기능직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오씨는 “처음 몇 달 동안 무거운 장비를 운반하는 일만 해야 했지만 그 기간이 지났을 때 처음 배운 도장 작업은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최씨는 “원래 몸 쓰는 일을 좋아해 보디빌딩도 도전했었는데, 공사 현장에서도 작업이 끝난 뒤 육체의 피로가 주는 기쁨이 있다”고 전했다.

청년층의 기능직 선호는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통계에 따르면 만 25세부터 39세의 기능사 합격자 수는 2014년 8만1055명에서 2022년 11만823명으로 약 36.7% 증가했다. 통상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학원에서 일정 기간 실기수업을 수료한 뒤 도배기능사와 건축 도장기능사 등 자격증 시험을 본다.

직업 전문학교에서도 기능공 수업은 개강 때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큰 인기다. 직장인이 선호하는 주말반은 몇 달 전부터 대기해야 한다.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최근 도배공 수업은 남녀 비율이 절반 정도 되고, 어떤 수업은 여성 비율이 높기도 하다”면서 “젊은 직장인 수강률이 몇 년 새 확실히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근로 지속성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안이 기능공 선호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저성장이 자리잡은 노동시장에서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됐고, 자기 전문성을 갖는 것이 필수요소가 됐다”고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지던 지식노동이 인공지능 등의 개발로 대체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기술이 침범하기 어려운 숙련 육체노동이 대우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기능공 선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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