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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상파울루에서 부인과 포옹하고 있다. 상파울루/AP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비등한 검찰정권 심판 분위기가 비등하다. 공정과 법치를 내세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정치적 비극이나 반전을 낳은 이집트나 브라질의 사례와 겹쳐진다.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

#. 2015년 1월1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갈레앙) 국제공항에서 브라질의 연방경찰 니우통 이시이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전 간부 네스토르 세르베로를 귀국과 동시에 연행했다. 이 연행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실형,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출현과 몰락, 수감됐던 룰라의 재기와 재집권으로 이어지는 전무후무한 정치적 격변을 자아낸 브라질 ‘세차작전’의 시작이었다.

4·10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부상과 선전으로 상징되는 검찰정권 심판 분위기가 비등하다. 공정과 법치를 내세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정치적 비극에 이어 반전을 낳은 브라질의 사례와 겹쳐진다.

브라질의 세차작전은 세차장이나 주유소 등을 활용한 암환전상 수사에서 명명됐다. 페트로브라스 등 국영회사들이 50억달러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뇌물을 건넨 거대 부패 스캔들에 대한 수사로 발전했다. 고위 정치인을 잡아넣는 세차작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룰라 이후 진보적 정권이 부패 근절을 위한 검경의 예산과 권한을 확장한 지점이 있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세차작전을 막아달라는 기존 정치인들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거대 국영기업이 사업을 발주할 때 비용을 과다계상해서, 수주한 회사로부터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아서 정치권에 배분하는 것은 고질적 부패 관행이었다. 연방 및 주 차원의 의회제도가 복잡해 정파가 난립하는 브라질 정치구조에서 연정을 구성하는 데, 그 정치자금은 필수적이었다. 룰라의 노동자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세차작전이 시간이 갈수록 진보적 성향의 집권 여당으로만 향하고, 부패가 훨씬 심한 기존 야당의 보수 정치인들은 모른 척하는 ‘선택적 공정 수사’로 편향됐다는 것이다.

세차작전은 정치적 동기를 가진 검사·판사들과 부패의 원조들인 기존 보수 정치인들이 손잡고, 진보 성향 여당인 노동자당의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을 사냥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세차작전에서 애초 제일의 수사 대상이던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이 그 수사를 막아주지 않자, 수사에 협조하고는 살아남았다. 그는 2016년 8월 호세프 탄핵을 주도하고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2017년 1월19일 세차작전을 비교적 공정하게 감독하던 대법원 판사 테오리 자바스키가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로 사망했다. 세차작전은 본격적으로 왜곡됐다. 그해 7월 룰라는 9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그 여파는 2018년 대선에서 극우 보우소나루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 선고를 내린 세차작전 담당 연방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2019년 1월 보우소나루 신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임명됐다.

그해 8월, 세차작전 때 판사 모루와 데우탕 달라뇨우 등 검사들이 증거 등을 놓고 재판 결과를 모의한 통화 내역이 폭로됐다. 모루가 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의 승리를 막기 위해 검사들에게 조언과 수사 단서, 내부 정보를 흘렸다”고 미국과 브라질 탐사언론인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 폭로와 함께 보우소나루의 실정이 가중되면서, 세차작전에 대한 평판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법원은 이미 2019년 3월 세차작전 수사진이 “사법제도를 더럽혔다”며 “조폭과 사기꾼”이라고 지칭했다. 석방된 룰라는 2022년 말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룰라의 체포는 ‘계략’, “브라질 사법사상 가장 중대한 실수 중의 하나”라며 모든 증거를 무효화했다. 세차작전을 “사냥한 동물을 막대기에 거꾸로 매단 것”으로 비난했다. 세차작전을 주도한 이시이, 모루, 달라뇨우 등은 부패 혐의로 체포되고, 외국으로 도망갔다.

법치를 내세운 검찰과 법원의 수사와 판결이 아직까지도 비극으로 남은 곳도 있다.

2012년 6월14일 이집트 최고헌법재판소는 독재자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시민혁명 뒤 치러진 의회 선거가 비례대표제 등을 위반한 위헌이라며 의회 해산을 명령했다. 의회 선거에서 1당이 된 자유정의당의 대표 무함마드 무르시가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이틀 전이었다.

그 후 법원은 무르시의 의회 재소집, 헌법 제정을 위한 헌법회의, 새로운 총선 실시 등을 모두 막았다. 검찰은 무바라크 독재정권 하야의 계기가 된 시위대를 죽인 폭도들의 무죄를 사주하고, 무르시의 검찰총장 해임에 저항했다. 1년간에 걸친 판검사들의 유례없는 정권 타도 투쟁은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의 군부 쿠데타로 완성됐고, 체포된 무르시는 재판 중에 사망했다.

총선 이후 한국에서 검찰정권의 심판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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