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앵커 ▶

거동이 어려운 80대 노인이 하룻밤에 무려 700km를 헤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들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아버지를 보내려고 했던 건데요.

노인은 평소에도 아들로부터 학대를 당해온 정황이 드러났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아들을 감쌌습니다.

김태윤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백발의 노인이 이동 중인 구급차에 앉아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50대인 아들이 자신의 누나 집으로 모셔달라며 사설 구급차를 부른 겁니다.

경남 진주의 아들이 알려준 누나의 주소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오후 6시에 출발한 구급차는 350km를 달려 자정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해당 주소지는 노인과는 아무 연고가 없는 집이었습니다.

[사설 구급차 대원]
"처음에 문을 안 열어주더라고요. 인기척이 없더니 저희도 한 번 더 가서 또 두드리니까 그런 분은 여기 안 산다고.."

아들이 20년 가까이 연락이 끊긴 누나의 주소지로 무작정 아버지를 보내버린 거였습니다.

[사설 구급차 대원]
"아들이 주민등록상으로는 그 주소가 맞다면서 '한 번 더 가서 두드려 보고 확인하라' 해서 확인해 보니까 아니라고.."

아들과 30분 이상 전화로 실랑이를 한 구급대원은 노인을 태우고 다시 경남 진주로 향했습니다.

한밤중 13시간 동안 700km를 오가는 봉변을 당한 노인은 구급대원에게 평소 아들로부터 욕설과 폭력 등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80대 노인 (음성변조)]
"아버지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이 XX 이 XX' 해요. 서럽습니다. 서러워."

자신에게 들어오는 기초연금은 모두 아들이 가져가, 식사도, 목욕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80대 노인 (음성변조)]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 목욕을 한 20일간 안 했습니다."

노인이 돌아간 아들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계세요? MBC에서 나왔는데요. 저희가 제보를 받고 왔어요. 좀 여쭤볼 게 있어서.."

마구 어지럽혀진 거실 한가운데 홀로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들은 당시 상황을 묻자, 생활고로 부양이 어려워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50대 아들 (음성변조)]
"가정사가 있어서 (누나와) 옛날에 2007년인가 보고서 면식도 없어요. 생활이 어렵다 보니까 누나들 잘 사니까 보냈어요."

노인 학대 얘기를 꺼내자 그런 일은 없었다며 오히려 아버지에게 윽박을 질렀습니다.

[50대 아들 (음성변조)]
"내가 아버님을 학대를 한다고 신고를 했다고 이 사람들이 MBC에서 왔대."

노인을 구조하기 위해, 다음 날 노인보호전문기관과 다시 찾아갔습니다.

[50대 아들 (음성변조)]
<00씨 되십니까> "XX XX 기분 나쁘네."

하지만 관계자들을 만난 노인은 학대당한 사실이 없다며 아들을 감쌌습니다.

[80대 노인 (음성변조)]
"아들이 불효도 안 하고 효자예요." <딸 보러 서울 간 거 기억이 안 납니까?> "기억이 잘 안 나요."

결국 노인을 그대로 둔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형임 교수/영진사이버대학]
"조사가 시작되면 자기는 '그런 적 없다' 왜냐 아이들이 다칠까 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쉼터로 갈 수도 없죠. 법적인 근거가 없는 거죠."

해당 노인보호기관은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하고, 지자체와 함께 노인을 보호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태윤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영상편집: 최문정 / 자료조사: 안은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935 “아니라고 해 달라”…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에 사망자 유족들 오열 랭크뉴스 2024.07.02
5934 [속보]서울 시청역 앞 차량 돌진 “대포처럼 큰 소리”…경찰 “70대 운전자, 급발진 주장” 랭크뉴스 2024.07.02
5933 질 바이든 "바이든 항상 나라 위해 가장 좋은 일 할 것…계속 싸울 것" 사퇴론 일축 랭크뉴스 2024.07.02
5932 68세 운전자 역주행 사고로 9명 사망…자격 논란 재점화되나 랭크뉴스 2024.07.02
5931 [현장] 차량 2대 들이받고 건널목·인도 돌진…가드레일도 박살났다 랭크뉴스 2024.07.02
5930 '하마스 동조' 가자 최대 병원장 석방…네타냐후 "심각한 실수" 랭크뉴스 2024.07.02
5929 68살 운전자 시청역서 한밤 역주행…9명 사망·4명 중경상 랭크뉴스 2024.07.02
5928 숨진 9명 모두 30~50대 남성…“아빠, 아니라 해” 유족 오열 랭크뉴스 2024.07.02
5927 "네가 때리고 낙태시켰잖아" "내가 언제?"…허웅 충격 녹취록 랭크뉴스 2024.07.02
5926 입소문 난 ‘성시경 막걸리’ 한 달간 생산 중지한다 랭크뉴스 2024.07.02
5925 서울 시청역 교차로 역주행 차량 인도 돌진‥13명 사상 랭크뉴스 2024.07.02
5924 “공한증에 떨려” “공포 마케팅”…진흙탕 싸움 된 여당 전대 랭크뉴스 2024.07.02
5923 카리브해에 강력한 허리케인 상륙…"이례적으로 이른 위협" 랭크뉴스 2024.07.02
5922 의료계, 복지장관 공수처 고소…고려대병원도 “12일부터 휴진” 랭크뉴스 2024.07.02
5921 한동훈 이번엔 '감성 셀카' 툭…무슨 사연 담긴 사진이기에 지지자들 열광? 랭크뉴스 2024.07.02
5920 블링컨 "하룻밤 아닌 3년반 봐야…바이든 리더십에 美신뢰 급등"(종합) 랭크뉴스 2024.07.02
5919 미 연방대법원, 트럼프 ‘면책특권’ 주장 일부 인정 랭크뉴스 2024.07.02
5918 "심폐소생 시도조차 못했다"… 시청역 목격자들이 말하는 아비규환 랭크뉴스 2024.07.02
5917 [사이테크+] "비만 주범 백색지방,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꾸는 방법 찾았다" 랭크뉴스 2024.07.02
5916 이종섭에 전화한 ‘02-800-7070’... 대통령실 "기밀" 野 "공개 정보" 랭크뉴스 202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