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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의사 제외 직군 대상 희망퇴직 신청 공지
전공의 집단 이탈 40여 일만에 누적적자 500억 원 넘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스마트폰을 하며 동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지 40여 일만에 서울아산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형병원들이 하루 10억 원 이상의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빅5 병원이 이번 의료 사태와 관련해 희망퇴직에 나선 첫 사례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다고 공지했다. 의사를 제외한 전 직원 중 올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50살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20년 이상인 경우가 대상이다. 희망퇴직은 다음 달 31일 시행된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비상운영체제에 따라 일반직 직원 중 자율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과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시행되어 왔으며 2019년과 2021년에도 시행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희망퇴직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다. 이 병원은 지난달 4일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고 10여일 만인 15일부터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기존 최대 1달에서 100일로 늘리면서 직원들 사이에 "이러다 병원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분위기가 포착됐다. 전공의 이탈로 수술을 평소대비 절반 정도만 소화하고 외래 내원객이 줄면서 같은 진료과목이나 동일한 질환을 앓는 환자를 중심으로 병동과 수술장을 통합해 운영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이달 3일 울산대 의대 교수들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 원이다. 정부가 수가 인상을 통해 이 기간에 지원한 규모는 17억원에 불과하다”며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손실은 (연말까지) 약 4600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교수들에게 △학술 활동비 축소 △해외학회 참가 제한 △의국비 축소 △진료 향상 격려금 지급날짜 조정 등을 시행한다고 언급하며 진료 확대와 비용 절감 노력에 협력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비단 서울아산병원만의 사정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 중 3곳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서울성모병원도 무급휴가를 시행하거나 비상경영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병동 일부를 비우며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공의 사직 사태 발생 직후인 올해 2월 마지막 2주부터 지난달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경영 현황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의료 수입은 4238억3487만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병원당 평균 84억 원 상당의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의료수입액 감소 규모는 평균 224억7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의료계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학생 신분이나 다름 없는 전공의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온 대형병원들이 2달여 만에 경영이 급격히 악화한 데서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과 병원 경영진의 잘못으로 수익성이 악화했음에도 이를 또다시 간호사 등 다른 병원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경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아산병원 지부장은 최근 보건의료노조 소속 16개 병원 지부,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합동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경민 "3월 입사를 앞뒀던 예비 노동자들이 무기한 입사 연기 통보를, 재계약을 앞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사태에서 '비상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병동 폐쇄와 함께 수백 명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무급휴가로 내몰리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고통분담이 아니라 분명한 고통전가"라고 주장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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